"건전하고 안정된 국제금융시장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투명성과 책임성
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을 이끌고 있는 앤드루 크로켓 총재는 국가 및 금융기관
의 신용등급 투명성과 위험관리 능력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금융기관의 위험관리 수준은 금융당국의 감독 능력과도 관련이 있다"며
"튼튼한 금융산업체제 마련을 위해선 관리 감독수준도 향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로켓 총재는 한국과 관련해서는 "현재 경제 상황으로 볼때 제2의 경제
위기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개혁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당부
하기도 했다.

또 BIS의 금융 노하우를 잘 활용해 선진 금융기술 기법을 쌓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차기 총재감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현재 맡고
있는 국제결제은행 업무에 만족한다"고 말하는 크로켓 총재를 바젤에서
만났다.

-지난해 2월에 창설된 국제금융안정 포럼(IFS)의 의장직을 맡고 있는데
IFS는 어떤 조직인가.

"지난해 선진7개국(G7) 재경부 장관과 중앙은행총재들이 국제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범세계적 메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한스 티트마이어 전 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G7 중앙은행과 금융감독당국,
국제통화기구(IMF), 세계은행, 국제결제은행 등 국제통화.금융기구가 참여
하는 조직 설립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각국의 금융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국제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IFS가 창설됐다.

본인이 3년간 의장직을 맡는 것으로 결정됐고 사무국도 국제결제은행 본부
내에 설치됐다.

이어 4월 워싱턴에서 열린 제1회 회의에서 국제금융 안정을 위한 세가지
방안이 선정했다.

그 첫번째는 HLI로 불리는 헤지펀드 규제이며 두 번째는 자본이동 감독과
관련한 국제통화 및 금융기구의 협력체제 구축, 그리고 세번째는 소위 세금
천국으로 불리는 역외금융센터의 투명성 강화다"

-세가지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지난해 9월 중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공동으로 연 파리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구체적 안이 제출됐다.

먼저 금융환란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헤지펀드 규제 방안으로 공시
의무화를 통해 투명성을 강화하자는 방안이 제기됐다.

미국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부도사태에서도 보았듯 헤지펀드들의 리스크
관리능력 개선작업도 동반돼야 한다.

둘째 국제자금 이동과 관련해 국제기구와 각국 금융당국이 참여하는 조직을
만들어 금융기관 규제.감독기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상호 정보교환을 통해 국제자본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자는 취지다.

신흥 시장을 포함한 자금 도입국도 만약의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하기 위해선 금융감독 기능 강화와 함께 진정한 국제 공조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역외금융센터에 대한 국제적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많은 헤지펀드들은 역외금융센터를 거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역외금융센터와 관련해 프랑스는 국제사회의 강경한 제재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같은 생각인가.

"역외금융센터는 다양한 세제혜택으로 불법자금 및 역외펀드 유입을 조장
하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몇개국은 이 문제가 자국 세제와 직결돼 아주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국제금융안정 포럼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우리의 우선 목표는 국제금융체제 안정이다.

따라서 강압적인 제재보다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국제공조체제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감독하자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투명성 확보다.

이 지역의 금융 투명성이 보장된다면 자연적으로 세제문제도 해결되리라
본다"

-역외금융센터에 대한 실태파악은 돼 있는가.

"이미 G7과 OECD가 조사에 착수했으니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러면 국제자본 이동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문제 파악을 한후 관리.감독
기준을 세우게 될 것이다.

물론 투명성 제고를 거부하는 국가와 금융기관에 대해 강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불리한 신용등급을 적용해 불이익을 당하도록 할 수는
있다.

투자 고위험 등급을 받게 되면 자연적으로 국제자본 유입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이 문제와 관련해 현재 국제결제은행 금융위원회 및 금융안정 포럼이 연구.
분석중이다.

오는 4월 워싱턴 회의에서 최종안이 결정되면 신용등급에 투명성 수준이
반영될 것이다"

-국제결제은행은 과거상환실적을 기준으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NPL)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앞으로는 미래상환능력에 따라 은행 대손충당금 비율이 달라질 것이라고
하는데 어떤 기준으로 미래상환능력을 정할 것인가.

"이 제도를 도입하려는 목적은 금융기관들에게 미래 리스크에 대한 평가
능력과 시장에 대한 책임성을 심어주고 이를 통해 금융시장 안정에 참여토록
하자는 것이다.

BIS 자기자본비율을 만든 국제결제은행의 바젤 금융위는 현재 이와 관련한
적용기준과 평가법을 연구중인데 아직 확실히 결정된 것은 아니다.

일단 오는 3월께에 나올 최종 보고서를 기다려 봐야 한다.

지금 연구중인 평가기준은 크게 세가지가 있다.

즉 금융기관의 리스크 레이트와 투명성, 자체 리스크 평가 능력 등이
감안될 것이다.

특히 자체 리스크 평가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국제결제은행도 은행이다.

우리는 대출 결정에 앞서 여신심사를 하며 위험도를 분류하는 위험관리
전담팀이 있다.

금융기관이라면 자신의 리스크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하는게 정상이다.

일반은행도 위험 분석능력이 뛰어난 전문팀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세계 모든 금융기관이 위험관리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별 차이도 있고 금융기관별로도 차이가 있다.

"물론 도이치 뱅크 같은 대형은행과 소형은행의 리스크 관리 기술에 차이는
있겠지만 위험분석 전문가가 부족하다면 지금이라도 양성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국가의 금융기관이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할줄 모른다면 상부
기관인 금융감독당국의 잘못이다.

감독 시스템과 방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위험관리 수준도 감독대상에 포함된다.

이 문제와 관련해 국제결제은행은 각국 금융당국을 위해 금융기관 위험관리
감독 지침이라는 가이드를 만들어 놓고 있다.

그리고 현재 IMF와 세계은행, 국제결제은행은 효과적 금융감독을 할 수
있도록 감독 편람 및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중이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국제금융시스템 개편 주장이 있는데 국제금융
안정 포럼 의장으로서, 그리고 차기 IMF 총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사람
으로서 이에 대한 생각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국제금융체제 개편에서 중요한 것은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다.

이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금융기관의 회계와 관련이 있다.

금융감독기관의 기능강화가 필요하다.

방법론에서는 한스 티트마이어가 제안한 국제금융기구간의 상호협력이
좋은 생각인 것 같다.

즉 IMF와 세계은행의 협력강화, 그리고 국제결제은행과 국제증권감독위원회
(IOSCO), 국제보험감독관협회(IAIS) 등 세 감독기구간의 공조체제가 마련
돼야 한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발생원인을 보면 금융당국의 감독 부실도 있다.

따라서 은행과 증권회사, 보험회사 등 금융기관 하부구조 전체를 관리.
감독하는 기능이 보완돼야 한다.

국제기구간의 국제협력강화는 국제금융안정 포럼이 추구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위의 세 기구는 지금 종합적 금융감독을 위한 국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다.

각국 금융당국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투명성과 책임성있는 금융체제마련에
동참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워싱턴(IMF)에 관심이 있다는 추측들을 하는데 난 지금 바젤
에서 하고 있는 일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금융위기 발생이후 지금까지 한국경제를 어떻게 보는가.

"위기 발생직후 한국은 구조개혁을 실시했다.

특히 신속한 금융산업 구조조정 착수는 잘 했다고 생각한다.

이에 따른 결과로 한국경제는 어려운 고비를 빨리 넘겼다.

거시경제지표나 외환보유고를 볼 때 한국은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 들었다.

하지만 상황이 호전됐다고 현 단계에서 개혁의 고삐를 늦출까 우려된다.

현재 한국경제와 예상 경제성장률로 볼 때 한국은 제2 금융위기를 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본다.

하지만 앞으로 우발적 외부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금융체제를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이는 국제결제은행 회원국인 한국에 당부하고 싶은 개인적 희망이기도 하다.

한국은행과 금감위 관계자들이 국제결제은행의 금융기술 노하우를 더욱
활용해 주기를 바란다.

국제결제은행에는 금융기술 및 금융감독 전반에 관한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
이 있다.

좀 더 많은 한국 실무자들이 BIS의 선진 금융기술을 익히기를 기대한다"

< 대담=강혜구 파리특파원 hyeku@coom.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