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복제한 후 나의 성장과정을 지켜본다"

공상과학소설 속의 장면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다.

체세포에서 복제된 양인 돌리가 탄생하면서 인간도 복제할 수 있음이
증명됐다.

내가 잠든 사이에 누군가가 내 몸에서 세포를 떼어내 나와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판박이" 인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종교계가 생명복제를 규제하고 인간 존엄성을 회복하자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체세포 생명복제는 기존의 생명체로부터 유전자를 모두 담고 있는 핵을
분리, 미수정란의 핵과 대체함으로써 생명체를 창조하는 방법.

체세포의 핵으로 치환된 미수정란을 대리모에 이식시키면 분화의 과정을
거쳐 생명체로 발전한다.

분화는 내부에 존재하는 유전자의 지령에 따라 일어나므로 핵을 제공한
동물과 같은 성과 유전자를 가진 판박이 생명체가 탄생하는 것이다.

체세포 생명복제는 1996년 돌리가 태어나면서 본격화됐다.

이전에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된후 분할을 시작한 배단계의 수정란을
떼어내 대리모에 착상시킴으로써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여러 생명체를
창조해냈다.

이 방법은 생식기능을 가진 정자와 난자가 만나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반면 돌리를 탄생시킨 체세포 복제는 분화능력이 없다고 믿어지던 미수정란
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돌리 이후 체세포 복제된 쥐 소 젖소 염소 등이 잇따라 탄생했다.

국내에서는 95년까지 수정란 할구법을 이용해 쥐 젖소 한우 등을 탄생시켰다

체세포 복제에 의해 탄생된 국내 최초의 생명체는 1999년 2월 태어난 젖소
영롱이.

연이어 복제 염소 진이가 탄생하면서 우리나라도 체세포 복제 기술을 확보
했다.

체세포 생명복제가 종교계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각광을 받는 것은 다양한
쓰임새 때문이다.

복제된 생명으로부터 값싼 필수의약품을 공급받고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는
장기를 생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 암치료제인 인터페론 등 비싼 의약품을
젖으로 분비할 수 있는 젖소를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후 대량 복제하면
의약품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도 대량 생산해 종을 보존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스스로를 복제해 2세로 삼아 양육하는 일도 가능하다.

상업적으로 체세포 복제를 이용하면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학자 운동선수
정치인도 무한정 "생산"할 수 있다.

체세포 복제를 둘러싼 인간의 존엄성과 상업성간의 끊임없는 갈등이
21세기를 채울 것이라는 우려도 여기에서 나온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