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밀레니엄의 멋쟁이는 SF영화에 나오듯 반짝이는 우주복으로 온 몸을
감싸고 은색빛 화장에 냉정한 표정을 지은 모습일까.

패션전문가들은 아니라고 답한다.

오히려 미래인들은 옷을 통해 정신적인 위안과 만족을 추구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욱 더 자연을 닮은 편안함과 옛것에 집착하며 소박한 아름다움을
중시할 것으로 이들은 예측한다.

삼성패션연구소의 이유순 수석연구원은 "21세기 트렌드는 과거의 장인문화와
가족 중심적 사고, 내적 삶의 풍요로움을 지향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과학이 발달하고 생활이 편리해질수록 사람은 정신이나 본질과 같은 단어에
깊이 빠지게 되며 그것이 옷으로 표현될 것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패션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21세기 옷은 신체를 구속하지 않고
여유를 더해주는 오프 보디(Off Body) 실루엣이 기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입어서 푹 안기는 느낌이 들 정도로 편안한게 특징이다.

사람들은 뛰어난 직조기술과 봉제기술 덕분에 20세기나 그 이전처럼 멋을
내기 위해 몸의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실루엣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일부러 가슴판에 딱딱한 심지를 넣고
어깨에 패드를 대고 멀쩡한 옷을 잘라 절개선을 넣는 봉제 방식은 박물관에나
남아 있을 것이다.

옷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재료가 적어지고 과정도 훨씬 간단해진다.

니트를 통으로 짜서 입는 것처럼 인체라인 그대로의 실루엣이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가늘고 긴 굽의 스틸레토 힐을 신기위해 발이 아픈 것을 감수하는 것도
옛말이 되어버린다.

구두제조분야는 과학과 패션의 이상적인 결합을 보여주게 되며 결국
인간에게 맨발의 자유로움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편안한 오프 보디 실루엣을 기본으로 민속풍, 자연회귀적인
레트로풍, 미래지향적인 퓨처리즘 등 많은 스타일이 나선형을 그리며
반복적으로 유행대열에 나설 것이다.

소재도 신체를 보호하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천연보다 더욱 천연같은 테크니컬한 복합소재와 거친 감각의 내추럴 소재가
다양한 가공방법으로 새롭게 재조명된다.

전문가들은 미래의 최첨단 소재기술은"인간과 자연의 밸런스를 추구하게
만들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일본에서 개발돼 화제를 뿌렸던 "에코시스 28도 섬유"처럼
뛰어난 기능의 소재가 보편화된다는 이야기다.

밀레니엄 신소재로 제시돼 공전의 히트를 쳤던 이 섬유는 일본 정부의
에너지 절약정책 차원에서 개발됐다.

여름철 실내온도 섭씨 28도 습도 60%에서도 전혀 끈적이거나 달라붙지 않는
쾌적한 기능을 자랑한다.

이런 종류의 소재가 21세기에 다양화되고 기능도 첨단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급 천연소재는 여전히 각광받을 것이 틀림없다.

캐시미어, 비큐나 등 자연에서 얻어낸 최상의 원료들은 고도의 가공기술을
통해 다시 한번 다듬어진후 최고급 패션상품에 쓰여 인간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역할을 다하게 될 것이다.

< 설현정 기자 so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