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직장에 모여 일하는 것은 부자연스럽고
비인간적이다"

18세기 말 산업혁명 초기의 사회비평가들이 했던 얘기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아무도 집을 떠나 일터로 가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이나 집 근처에서 일했다.

산업화의 물결은 그들을 집에서 끌어내 멀리 떨어진 공장과 사무실로
유인했다.

그러나 21세기 정보혁명은 이들을 다시 집으로 되돌려 보낼 것이다.

21세기 직장변화의 커다란 물줄기는 재택근무와 전문가집단주의
(technotribalism)다.

기술 전자 컴퓨터 디지털분야의 혁신적 발전은 직장을 집으로 옮겨놓는다.

일터와 가정의 복합체인 홈 오피스시대가 막을 올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집마다 컴퓨터 원격화상회의시스템 음성영상전달기
등의 장비를 갖추고 집에서 근무하게 된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기업의 다운사이징은 가속화될 것이다.

이는 소기업과 재택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소호(SOHO)인구의 증가를
가져온다.

미래의 기업들은 더 많은 자사직원들이 재택근무하기를 원할 것이다.

미국에서 재택근무프로그램을 갖춘 회사의 86%가 생산력 향상을 경험했다는
사실은 이러한 변화를 예고한다.

재택근무에서 원격화상전화기는 홈오피스의 핵심장비가 될 것이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하는 회의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기업들은 화상전화를 통해 맡긴 일을 확인하고 관리한다.

다국적기업 총수의 저택은 그 자체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지사를
통제하는 지휘부가 된다.

집에서 화상전화를 통해 지점장들을 불러내고 업무를 지시한다.

집에서 일하는 21세기의 근로자들은 공동체의 안정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이다.

이는 전문가집단사회(Technotribal Society)의 탄생을 의미한다.

전문가집단은 회사를 떠나 자신이 가진 기술을 이용해 삶을 영위하는
지적공동체다.

이들은 도시의 교통체증 소음 오염 범죄 폭력 등을 피해 예전에는
산간벽지였던 곳으로 터전을 옮긴 사람들이다.

개개인이 독립적 생활을 영위하면서 환경처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인류
공통의 관심사와 공동체의 미래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과 행동을 함께 한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그들은 인터넷과 같은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시골생활과 고도의 기술발전속도간의 균형을 맞춰나간다.

고도의 정보통신망은 거리의 개념마저 뒤바꿔 놓는다.

이러한 21세기 직장의 변화는 최고의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최고의 대우를
받는 골드칼라 계층을 확산시킬 것이다.

직장인에게 전문기술과 창조성을 요구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산업시대의 회사 문앞에는 "승선을 환영한다.

단 배를 흔들지 말아라"고 쓰여있었다.

21세기 글로벌시대를 맞아 이 문구는 "배를 떠나서 스스로 살아라"로 바뀌고
만다.

< 김형호 기자 chs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