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새 밀레니엄에 세계경제 지도는 어떻게 그려질까.

현재와 같은 미국 주도의 세계경제 질서가 유지될 것인가, 아니면 미국을
대체할 새로운 세력이 등장해 세계 경제를 이끌어 나갈 것인가.

새로운 세력이 등장한다면 그 주인공은 누가 될까.

미국을 대체할 유력한 후보로는 일본 유럽연합(EU) 중국 등이 거론되고
있다.

EU와 일본은 현 경제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중국은 성장전망이 밝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이 상당기간, 적어도 21세기 중반까지는 여전히
세계경제 질서를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라는 데 견해를 같이 한다.

이들은 그 근거로 우선 미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든다.

미국은 현재 세계 총생산(GDP)의 27%에 가까운 규모의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있다.

또 세계 수출액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주식 채권시장 등 자본시장의 규모에서도 미국은 다른 국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라는 일본만 하더라도 국내총생산 규모는 미국의
절반도 안되는 45%에 머물고 있다.

일본이 세계 최대 채권국이라는 측면에서 앞으로 세계 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 경제가 장기불황으로 입지가 약화되고 있어 현재
추세대로라면 미국과 일본의 경제력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일본은 향후 30년 이내에 경제규모 측면에서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중국의 98년 명목 GDP는 9천6백억달러로 미국의 12%에 불과하다.

따라서 앞으로 30년간 중국이 연평균 7%의 고성장을 지속하고 미국은
최근 15년간의 성장세(연평균 2.7%)를 지속한다고 가정하면 오는 2030년 중국
경제는 미국경제 규모의 절반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중국이 세계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3%에 불과하다는 것과
자본시장 개방 정도가 아주 미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규모라는 면에서 미국에 필적하는 유일한 후보는 EU다.

EU의 98년 역내총생산은 8조5천억달러로 8조2천억달러의 미국을 이미
앞섰다.

EU는 교역규모면에서도 세계 교역의 약 20%를 점유,17% 안팎의 미국을
추월했다.

그러나 경제규모가 크다고 반드시 세계경제를 주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U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 있어서는 다수결이 아닌
만장일치제를 의사결정 방법으로 택하고 있다.

특히 외교 안보문제에 있어서는 각국이 독자 노선을 추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때문에 각 회원국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대외경제적 사안에서는 충분한
리더십과 추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결국 EU가 경제통합 이상의 정치통합으로 발전하지 않는 이상 수십년내에
미국을 압도하는 세계경제 주도 세력으로 군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세계경제는 21세기 초반 4%대 안팎의 비교적 높은 성장을 지속하다가
이후 성장률이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00년 이후 미국 경기는 완만하게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아시아와 EU 등 기타 지역의 경기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경제가 소프트랜딩에 성공한다면 세계경제는 2002~2003년께
4%대를 웃도는 고도 성장가도를 질주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같은 고도 성장으로 각국에서 인플레 압력이 고조되면서 2004년
이후에는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주춤해질 것으로 보인다.

< 김선태 기자 orc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