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21세기 말에서 본 20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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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업다이크 < 미국 작가 >
지금으로부터 1백년 뒤에 내가 살고 있다고 가정해 20세기 후반을 되돌아
보겠다.
그때 지구인들은 휘발유를 채운 자동차로 아스팔트 도로를 다녔다.
또 오염된 토지에서 자란 나무열매와 채소를 일상적으로 먹었다.
지금 21세기 말엽을 사는 우리로서는 이같은 역사적 사실은 믿기 어려운
것이지만 불과 1세기 전만 해도 사람들은 그렇게 살았다.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1백년 전 사람들의 삶의 수준이 굉장히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21세기 젊은이들은 20세기 인간들이 열악하게 살면서도 왜 컴퓨터 산업을
발전시켰는지 납득하지 못한다.
또한 20세기 후반기를 풍미했던 ''이동성 (mobility)''이 그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이해하는데도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젊은이들은 "1백년 전 사람들은왜 사람들은 미지의 세계에 가보고 싶어했는
가"라거나 "세계 곳곳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컴퓨터 단말기들은 언제 등장했
는가" 따위 질문들을 던진다.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컴퓨터 위주 교육을 받으면서 온 세계를 국경없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쇼핑이나 일을 하기 위해서 꼭 바깥에 나가야 한다는 말 자체가
우습게 느껴진다.
또 이들에게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서쪽으로 가자'' 따위의 20세기와
이전 시대 캐치프레이즈들이 아무 의미가 없다.
젊은이들은 또 내게 묻는다.
20세기 사람들은 불안정하게 변화하는 삶이나 고무타이어가 사용되는 위험한
대중교통수단, 미묘한 인간관계, 환경오염 등에 염증을 느끼지 않았느냐고.
정신적인 교감이나 인간관계보다 짜여진 프로그램대로 조정과 삭제가 가한
컴퓨터 가상공간과 가상 시나리오에 더 익숙해 있는 21세기인들에겐 이런
점들이 가장 끔찍할 것이다.
이같은 물음에 대해 반드시 누군가 답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
20세기 사람들은 비록 손이 더러워지고 등이 휘어질 정도로 힘들었지만
진지하고 성실하게 현실에 대응했었다고.
1999년 지구인들도 19세기를 회고하면서 전 시대 사람들이 살던 모습에
경탄과 함께 놀라움을 표시했었다.
그들 역시 1백년전 선조들이 살던 모습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온갖 해로운 오염물질들로 뒤덮인 20세기의 대기층
과 토지를 보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들은 그런 오염된 세상에 살던 20세기 인간들이 다른 생명체를 잡아먹고
화학물질로 더럽혀진 땅에서 나는 풀과 채소들을 먹었다는 사실에 공포를
느낀다고 말한다.
더욱이 그들은 ''잔인하게'' 나무에서 열매와 과일을 따 먹으면서도 식물이
느끼는 고통에 대해서는 눈꼽만큼도 생각지 않았다.
먹기 위해 식물을 채집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식물도 엄연한 생명체"라고
주장한 환경보호주의자들과 식물학자들까지 식물의 고통을 무시했던 것이다.
학생들은 이러한 충돌 요소들이 결국은 전쟁이나 혁명과 같은 일종의
조직적인 폭력 형태로 확산됐다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21세기를 사는 젊은이들은 또 묻는다.
20세기 말엽 지구를 지배한 미국이 왜 붕괴됐느냐고.
학생들이 ''미국의 지배와 붕괴''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하고
의아해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토록 막강한 힘을 자랑했던 강대국이 어떻게 무너져서 결국은 21세기
중반에 중국-페루 연합국의 보호령으로 전락하게 됐는 지 그들로서는 잘
납득할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미국이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유일한 나라였다는
것을 이들에게 증명해 보이고자 애를 썼다.
역사학자들은 미국 붕괴의 원인을 2000년대 중반부터 고질병이 돼버린
미국의회의 대통령 탄핵 습관에서 찾는다.
미 의회는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신임 대통령의 탄핵을 거론할 정도였으며
앞서 많은 대통령을 중도하차시켰다.
어떤 사회학자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급증한 노령인구가 플로리다 반도로
대규모로 이동하는 바람에 반도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가라앉아버렸기
때문이라고도 주장한다.
그 뒤 미국인들은 집안에만 머물렀다가 얼마 뒤엔 침실에만 묻혀 있게 되고
결국은 자신의 침대 밖을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다른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만족''을 모르는 21세기 인간들이 ''만족을 주는
알약''을 상습 복용하다 미국을 망하게 했다고 말한다.
그 사이에 미국보다 힘이 약했던 나라들이 지구상의 얼마 남지 않은 곡물
생산지대를 확보하며 힘을 키운 것이다.
< 정리=고성연 국제부 기자 amazingk@ked.co.kr >
-----------------------------------------------------------------------
<> 이 글은 미국의 퓰리처상 수상작가인 존 업다이크가 최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일자 ).
지금으로부터 1백년 뒤에 내가 살고 있다고 가정해 20세기 후반을 되돌아
보겠다.
그때 지구인들은 휘발유를 채운 자동차로 아스팔트 도로를 다녔다.
또 오염된 토지에서 자란 나무열매와 채소를 일상적으로 먹었다.
지금 21세기 말엽을 사는 우리로서는 이같은 역사적 사실은 믿기 어려운
것이지만 불과 1세기 전만 해도 사람들은 그렇게 살았다.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1백년 전 사람들의 삶의 수준이 굉장히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21세기 젊은이들은 20세기 인간들이 열악하게 살면서도 왜 컴퓨터 산업을
발전시켰는지 납득하지 못한다.
또한 20세기 후반기를 풍미했던 ''이동성 (mobility)''이 그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이해하는데도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젊은이들은 "1백년 전 사람들은왜 사람들은 미지의 세계에 가보고 싶어했는
가"라거나 "세계 곳곳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컴퓨터 단말기들은 언제 등장했
는가" 따위 질문들을 던진다.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컴퓨터 위주 교육을 받으면서 온 세계를 국경없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쇼핑이나 일을 하기 위해서 꼭 바깥에 나가야 한다는 말 자체가
우습게 느껴진다.
또 이들에게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서쪽으로 가자'' 따위의 20세기와
이전 시대 캐치프레이즈들이 아무 의미가 없다.
젊은이들은 또 내게 묻는다.
20세기 사람들은 불안정하게 변화하는 삶이나 고무타이어가 사용되는 위험한
대중교통수단, 미묘한 인간관계, 환경오염 등에 염증을 느끼지 않았느냐고.
정신적인 교감이나 인간관계보다 짜여진 프로그램대로 조정과 삭제가 가한
컴퓨터 가상공간과 가상 시나리오에 더 익숙해 있는 21세기인들에겐 이런
점들이 가장 끔찍할 것이다.
이같은 물음에 대해 반드시 누군가 답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
20세기 사람들은 비록 손이 더러워지고 등이 휘어질 정도로 힘들었지만
진지하고 성실하게 현실에 대응했었다고.
1999년 지구인들도 19세기를 회고하면서 전 시대 사람들이 살던 모습에
경탄과 함께 놀라움을 표시했었다.
그들 역시 1백년전 선조들이 살던 모습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온갖 해로운 오염물질들로 뒤덮인 20세기의 대기층
과 토지를 보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들은 그런 오염된 세상에 살던 20세기 인간들이 다른 생명체를 잡아먹고
화학물질로 더럽혀진 땅에서 나는 풀과 채소들을 먹었다는 사실에 공포를
느낀다고 말한다.
더욱이 그들은 ''잔인하게'' 나무에서 열매와 과일을 따 먹으면서도 식물이
느끼는 고통에 대해서는 눈꼽만큼도 생각지 않았다.
먹기 위해 식물을 채집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식물도 엄연한 생명체"라고
주장한 환경보호주의자들과 식물학자들까지 식물의 고통을 무시했던 것이다.
학생들은 이러한 충돌 요소들이 결국은 전쟁이나 혁명과 같은 일종의
조직적인 폭력 형태로 확산됐다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21세기를 사는 젊은이들은 또 묻는다.
20세기 말엽 지구를 지배한 미국이 왜 붕괴됐느냐고.
학생들이 ''미국의 지배와 붕괴''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하고
의아해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토록 막강한 힘을 자랑했던 강대국이 어떻게 무너져서 결국은 21세기
중반에 중국-페루 연합국의 보호령으로 전락하게 됐는 지 그들로서는 잘
납득할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미국이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유일한 나라였다는
것을 이들에게 증명해 보이고자 애를 썼다.
역사학자들은 미국 붕괴의 원인을 2000년대 중반부터 고질병이 돼버린
미국의회의 대통령 탄핵 습관에서 찾는다.
미 의회는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신임 대통령의 탄핵을 거론할 정도였으며
앞서 많은 대통령을 중도하차시켰다.
어떤 사회학자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급증한 노령인구가 플로리다 반도로
대규모로 이동하는 바람에 반도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가라앉아버렸기
때문이라고도 주장한다.
그 뒤 미국인들은 집안에만 머물렀다가 얼마 뒤엔 침실에만 묻혀 있게 되고
결국은 자신의 침대 밖을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다른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만족''을 모르는 21세기 인간들이 ''만족을 주는
알약''을 상습 복용하다 미국을 망하게 했다고 말한다.
그 사이에 미국보다 힘이 약했던 나라들이 지구상의 얼마 남지 않은 곡물
생산지대를 확보하며 힘을 키운 것이다.
< 정리=고성연 국제부 기자 amazingk@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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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미국의 퓰리처상 수상작가인 존 업다이크가 최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