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증시는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종합주가지수 연말종가는 1028.07로 연초(587.57)보다 74.96% 상승했다.

연중 내내 화제를 몰고 왔던 코스닥지수도 연초(76.40)에 비해 무려
235.26% 상승한 256.14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같은 수치로만 보면 올 증시는 분명 장미빛이다.

"수백억원대 벤처기업가"가 속출했는가 하면 "주식투자 드림"을 이룬 사람도
상당했다.

그러나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기 마련.

증시의 화려함 뒤에는 각종 부작용과 문제점도 숱하게 양산됐다.

주가차별화로 대다수 개인투자자들은 극심한 박탈감을 맛봐야 했다.

"묻지마 투자"는 버블우려와 이에 따른 후유증을 예감케 했다.

증시는 팽창하는 반면 제도는 그에 따라가지 못해 큰 덩치가 작은 옷에
억지로 꿰맞춰야 하는 웃지못할 해프닝도 연출됐다.

그런가하면 "큰 손"은 물론 대기업까지도 주가조작에 가담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코스닥시장에서 불성실공시 법인이 판을 쳐 투자자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다.

아울러 공모주 청약열기가 갈수록 불을 내뿜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원은
유가증권신고서의 "묻지마 수리"를 마다하지 않아 "묻지마 투자"를 부추기기
도 했다.

코스닥시장은 툭하면 전산장애가 발생, 투자자의 애를 태우기도 했다.

이에따라 새 천년 증시가 건전한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선 올해 나타난
부작용을 하나씩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주가 양극화 =거래소 상장종목 8백58개중 연말종가가 연초보다 오른
종목은 3백50개 불과,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들 종목은 연초보다 무려 1백49.45%로 올랐다.

반면 연초 주가보다 하락한 종목은 무려 5백4개에 달했다.

이들 종목은 평균 35.78% 하락했다.

종합주가지수가 연초에 비해 74%이상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하락종목수가
상승종목수보다 훨씬 많았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은 바로 주가양극화 때문이다.

오르는 종목만 오르다보니 지수는 상승하는데 체감지수는 썰렁한 현상이
초래됐다.

이에따라 개인투자자들은 지수상승이란 화려함의 뒤안길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 했다.

물론 주가양극화는 우리나라만에 국화된 현상은 아니다.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세계적 추세다.

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첨단기술주가 각광받으면서 정보통신 인터넷
전기전자주만 폭등했다.

따라서 주가양극화를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무조건 단정할수는 없다.

그러나 주가양극화는 주식의 내재가치를 왜곡시킨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내재가치가 시장에서 왜곡되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시장을 작동시키는
원리와 가치가 파괴될수 있다.

성장성만 존중되고 실적이 외면될 경우 주가 대폭락 사태를 초래할수 있어
극심한 후유증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묻지마 투자 =주가가 양극화되면서 묻지마 투자가 기승을 부렸다.

오르는 종목만 오르다보니 일부 종목에만 돈이 몰렸다.

코스닥시장의 경우가 더욱 심했다.

무엇하는 기업인지도 모른채 주식매집에 나서는 투자자가 많았다.

묻지마 투자는 단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할수도 있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거품을 양산할수 밖에 없다.

만일 거품이 일시에 꺼질 경우 공황상태에 빠질수도 있다.

지난 70년대말 건설주 거품해소가 단적인 예다.

묻지마투자는 그만한 리스크를 투자자가 떠안는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올 증시에서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생각지 않았다.

리스크가 커지는데도 리스크가 없다고 인식, 심한 착시현상을 야기시켰다.

이에따라 실적이 우량한 주식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기현상도 연출됐다.

<>불공정거래 차단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불공정거래와 불성실거래
가 기승을 부렸다.

현대 금호등 대기업부터 주가조작에 앞장섰다.

골드뱅크 미래와사람 등의 중소기업도 주가조작혐의가 적발됐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주가조작등의 불공정거래가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소액투자자끼리, 혹은 기관투자가끼리 주가를 끌어올리는 행위가 비일비재
했다.

코스닥시장의 불성실공시는 대주주의 도덕적해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상당수 등록기업들이 호재성 공시를 했다가 금방 이를 뒤집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이러다보니 해당 기업의 주가는 공시에 따라 춤을 췄고 선의의 피해를 입은
투자자도 상당했다.

<>가격제한폭 =현재 상장기업의 하루 가격변동폭은 상하 15%, 코스닥등록
기업은 상하 12%로 제한돼 있다.

이러다보니 주가조작이 얼마든지 가능했다.

유통주식수가 얼마되지 않은 거래소의 우선주와 코스닥 등록주가 특히
그랬다.

일부에서 담합을 하고 허수주문을 쏟아내면 거래는 형성되지 않은채 가격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다보니 10일연속 상한가 기록은 일반적인 모습이 됐다.

전문가들은 "가격제한폭이 있기 때문에 하루동안의 주가변동폭을 예상할 수
있고 그에 맞춰 상한가 매수주문이나 하한가 매도주문을 냄으로써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며 "증시 선진화를 위해선 가격
제한폭을 단계적으로 철폐, 위험과 수익에 대해 공평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졸속 심사제도 =공모주 제도의 운용이 잘못돼 금융감독원이 필수적인
청약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유가증권신고서를 제대로 심사하지 못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모주 청약의 이른바 "묻지마 청약"에 금감원의 "묻지마 심사"까지 더해져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유가증권신고서는 금감원에 접수되면 15일이내에 심사를 끝내야한다.

현행 "유가증권신고등에 관한 규정"이 접수시점을 사실상의 수리(신고서
심사완료)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리가 되면 증권거래법에 따라 15일이 경과한 후에 청약이 이뤄질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15일중에서도 현실적으로 5일정도는 가격결정(수요
예측)기간으로 별도 운영돼 실질적인 유가증권신고서 심사기간은 10일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심사기간을 늘려 실질심사가 이뤄지도록 해야만 선의의 투자자의
피해를 예방할수 있다고 덧붙였다.

< 양홍모 홍찬선 하영춘 기자 yang@ked.co.kr >

[ 99년 증시가 남긴 과제와 개선방안 ]

<> 주가양극화

<>문제점 : 극심한 차별화로 일부 주식의 내재가치 왜곡
<>개선방향 : 시장원리존중하되 주가 왜곡시정 노력

<> 묻지마투자

<>문제점 : 내재가치 무시한 무분별투자로 거품 우려
<>개선방향 : 공정매매풍토조성 및 기업내재가치 홍보강화

<> 가격제한폭

<>문제점 : 거래소 상하 15%, 코스닥 상하 12% 제한으로 인한 가격왜곡
<>개선방향 : 가격제한폭 장기적 철폐로 시장가격 중시

<> 불공정거래

<>문제점 : 불공정거래 및 불성실공시횡행, 원칙없는 액면분할
<>개선방향 : 불성실공시법인 및 불공정거래행위 차단

<> 기관수익률경쟁

<>문제점 : 지나친 수익률경쟁으로 기관간 담합여지 속출
<>개선방향 : 기관에 대한 투자감독 강화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