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화되는 무역마찰 ]

한국의 교역볼륨이 커지면서 통상마찰이 급증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판정결과는 국내 업계의 사활을 좌우할 정도로 지대한
여파를 미친다.

지난번 주세개편이나 최근의 혼합분유에 대한 WTO 판정이 상징적인 케이스
다.

지난달 29일 한국정부는 소주세율(35%)을 두배이상 올리고 위스키세율
(1백%)을 낮춰 소주와 위스키세율을 72%로 맞추기로 했다.

주세개편은 한국정부의 독자적인 세정개혁에 따라 이뤄진 것이 아니다.

통상분쟁에서 한국이 졌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고친 것이다.

WTO는 지난 1월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양주업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소주와 위스키의 세율을 같게 하라고 판정했고 한국정부는 이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외국 술업체들은 한국의 소주와 위스키가 제조공법이 같다는 이유로 세율도
같아야 한다면서 WTO에 제소했다.

한국정부는 소비계층이나 패턴의 차이 등을 들어 상소까지 하면서 버텨
봤지만 역부족이었다.

혼합분유 수입규제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난 24일 WTO는 한국의 외국산 분유에 대한 세이프가드(수입제한) 조치가
규정 위반이라고 판정했다.

국내 업계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날벼락같은 충격을 받고 대책마련에 부심
하고 있지만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유럽산 관련 제품의 수입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하다.

국내 업계는 이번 WTO 판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2백15.2%의 고율 할당관세가
폐지되고 40%의 수입관세만 매겨질 경우 EU산 분유제품이 kg당 2천500원대로
국내가격(kg당 5천원 안팎)의 절반 수준에 수입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 낙농업의 심각한 피해를 이유로 지난 97년3월부터 EU를
비롯한 모든 국가에서 수입되는 혼합분유에 대해 4년 기한으로 수량제한
형태의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해 왔다.

이에대해 EU는 수출이 40% 이상 줄었다고 주장하며 같은해 9월 WTO에 제소,
지난해 7월 분쟁해결 패널이 설치됐으며 WTO는 한국 낙농업 피해사실에 대한
조사 불충분 등의 이유를 들어 이번 판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가격의 절반 수준인 값싼 외국산 분유가 대거 반입될 것으로 보인다"
며 "IMF이후 수요감소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는 유가공업계와 낙농산업이
다시한번 시련을 겪게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쇠고기수입을 둘러싼 통상마찰도 갈수록 증폭되는 모습이다.

미국은 지난 2월 한.미 협의에서 한국시장 추가개방이 여의치 않게 되자
한국의 수입제도를 문제삼아 WTO에 제소했다.

이어 4월에는 호주도 같은 이유로 제소했다.

미국과 호주는 한국의 수입쇠고기 전문판매점제도는 시장접근을 방해하는
장치라고 주장하고 있고 수입업체 제한이나 수입부과금 등도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대해 한국정부는 2001년 쇠고기시장을 완전개방할 계획인 점과 현행
제도가 WTO 협정에 부합한다는 점을 들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WTO는 미국과 호주의 제소에 따라 지난 5월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한 패널을
설치했고 1년후인 2000년 5월에 판정이 나온다.

한국의 정부조달개방에 압력도 부쩍 심해지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OTIS 엘리베이터회사가 신공항건설공단의 입찰에 참여하지
못데 불만을 품고 이 문제를 WTO에 제소했다.

한국정부는 정부조달협정 당시에 인천국제공항 공사를 대상기관으로 허락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신공항사업은 공사의 독자적인 사업으로 정부조달
과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WTO의 판정은 2000년 1월17일 나올 예정이다.

< 이동우 기자 leed@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