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표 < 서울대 교수 / 경제학 >

"인터넷 비즈니스의 황제"라고 지칭되기도 하는 손정의 사장이 방한해 대한
투자 계획을 밝혔다는 지난 22일자 머릿기사가 눈에 띈다.

인터넷의 최선활용이라는 과제와 관련되어 색다른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그 내용인즉 손 사장이 인터넷을 가지고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이루어낼 수
있는 1백개 업체를 골라 앞으로 2년간 우선 1억달러를, 그리고 사업의 전개에
따라 그 이상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이때 투자대상 기업으로는 훌륭한 아이디어와 함께 회원수가 많은 인터넷
업체를 우선하겠다는 것이다.

회원수가 많으면 페이지 뷰의 수가 많을 것이다.

어느 정도 비즈니스를 이룩해 놓은 이런 기업을 선호한다는 것이며 특히
금융분야의 기업을 중시하겠다는 것이다.

손 사장은 한국의 코스닥측과 만났다고 한다.

한국에도 미국 나스닥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전자적 증권매매제도를
도입하려는 의도를 시사했다는 보도이다.

일본에 미국의 나스닥진출을 가능하게 한 손 사장으로서 우선 시작할 만한
것이리라.

그러나 손 사장이 주목하고 있는 금융분야에서의 전자상거래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방도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먼저 전자상거래의 대상으로는 증권 등 금융상품뿐만 아니라 책이나 음반
등 실물도 있다.

따지고 보면 전자상거래란 인터넷을 이용하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교육정보화 의료정보화 산업정보화 물류정보화 등 여러 과업에서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다른 용도에 비해 전자상거래를 위해 인터넷을 쓸 경우 컨텐츠
를 마련하기가 쉽고 한번 익히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것은 제일 먼저 사업화하기 좋은 대상이다.

또 외국에서는 이미 사업으로서 확고히 정착된 것이기에 안전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 이외에 다른 방도로 인터넷을 쓰는 것도 하루 빨리 사업화돼야
할 것이다.

컨텐츠 마련이 어렵지 않으면서 효능은 매우 클 것으로 여겨지는 인터넷이용
방법이 바로 교육정보화를 앞세운 원격교육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이용실적이 미미하나 과외공부의 열풍을 상기할 때
얼른 사업화해야 할 과업이다.

역시 22일자 게리 베커 교수의 칼럼 "온 라인 교육의 이점들"은 이 공백을
채우는 사업의 필요를 제시하고 있다.

베커 교수는 먼저 교사와 학생들이 만나 수업을 하고 토론을 하는 종래의
교육방식에 비해 학생들로 하여금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도록 하는 원격
교육의 이점을 강조한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온라인 교육이 피교육대상 학생 수를 많게 할 수 있고
학생들의 시간사용에 융통성을 부여하며 재택수업도 가능하게 한다는 부차적
이점도 적시한다.

반면 인터넷으로 교육하게 되면 초일류 수퍼 교사 몇만 남고 다른 교사들은
모두 불필요하게 되어 교직이 소멸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또 교육에서의 필수요소로서 학생의 관심과 의문을 교사가 학생의 수준에
맞추어 가며 교실에서 풀어준다는 이른바 대응성(interactivity)이 인터넷
교육에서는 미리 마련된 내용을 피동적으로 학생이 보는 내용대응성
( contents interactivity)으로 한정된다는 인터넷교육의 약점은 소개되지
않았다.

통상 원격교육의 장점이 약점을 능가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에는 이미 6천개 이상의 인터넷 강좌가 있다는 베커 교수의 언급을 볼
때 우리사회처럼 배우려는 구체적 노력이 뜨거운 곳에서는 어서 원격교육을
실제화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전자상거래 이외에 서둘러 사업화해야 할 인터넷사업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직 사업화는 미미하다 하겠다.

인터넷사업은 당분간 가장 유망한 벤처사업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코스닥을 통해 이곳으로 상당한 자금이 공급되고 있다.

그러나 본래 벤처사업이란 그 성공률이 매우 낮은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우 3%안팎이라고 한다.

우리의 성공률이 이보다 훨씬 높다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최근의 코스닥시장 열기는 비정상적이다.

확률적으로 보아 최근 공급된 자금의 대부분이 실패한 투자로 끝날지
모른다.

이러한 결과는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지난 21일자 "무늬만 벤처..."는 이에 대응하여 마련된 정부의 코스닥시장
건전화대책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사이비 벤처를 퇴출시키고 유망 벤처의 발전을 적극 유도하기 위해 등록제도
관리 및 퇴출제도, 불공정거래방지, 운영체계의 개선내용 등을 잘 해설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대책이 주로 벤처캐피털의 행위를 규제하는 실상을
가지고 있어 과열된 코스닥시장에 대한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진정으로 옥석을 가리는데 차라리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창업투자업계의
불평은 소홀히 취급됐다.

개선내용을 더욱 심도 있게 보도하기를 기대한다.

< chonpyo@plaza.sn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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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옴부즈맨 새 필진으로 이천표 교수가 참여합니다.

필자 약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박사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