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개발"과 "환경"은 언제 어디서든 적이다.

한쪽을 진행하면 다른 한쪽은 포기해야 한다.

양측이 머리를 맞대는 일은 없다.

주택단지 관광단지 골프장 해안매립 공단조성 등 어떤 개발사업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선진국에선 개발과 환경이 조화를 이룬 사례가 얼마든지 많다.

하기 나름이라는 얘기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북쪽의 주다지( zyderzee ) 방조제가 모범케이스일
수 있다.

전체길이 32km의 주다지 방조제가 완공된 것은 지난 1932년.

그뒤 60년에 걸쳐 2만5천ha규모의 간척지(폴더)가 새로 생겨났다.

지금도 6만ha규모의 마커와드 폴더를 개발중이다.

거대한 호수를 만들고 호수에 접한 저지대 땅을 농경지와 택지 시가지
휴양지 등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간척사업=환경파괴"이라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인공"과 "자연"은 조화의 파트너다.

농경지는 무공해 생산물을 제공하는 산업기지다.

수로는 멋진 낚시터 구실과 함께 목가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만들어진 숲은 삭막한 간척지를 전원으로 바꿔준다.

개발을 해도 환경이 파괴되지 않는 까닭은 그만큼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담수호의 수질관리는 개발과 함께 최우선 관심사로 올라있다.

세계 최고의 하수처리 기술인 "캐로셀( Carrousel )시스템"도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담수호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과 질소 인 등은 거의 무공해 수준이다.

담수호와 인접한 지역에서는 "스프레이-프리 팜( Spray-Free Farm )"이라는
친환경 농법을 적용하게 돼 있다.

자연보전지역을 별도로 설정하기도 한다.

남부 플래버랜드의 경우 전체 면적의 18%가 자연보전지역이다.

이 지역은 휴식공간 수준이 아니다.

생태공원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국내에서도 전북 만경강 하구에 길이 33km의 방조제를 쌓고 있다.

여기에 4만여ha에 이르는 간척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환경파괴"라며 반발하고 있다.

"친환경" 노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시화호를 죽인 선례를 보면 걱정이 앞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사업자와 환경단체 모두 "시범 조교"라 할 수 있는 네덜란드의 사례를
빼다박듯 배워 볼 일이다.

< 암스테르담=강창동 기자 cdk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