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과 원자폭탄은 중성자에 의한 핵분열이라는 똑같은 물리적
현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핵분열이 일어날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차이는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속도다.

오랜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 원자력발전이며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는 것이 원자폭탄이다.

원자력발전소는 핵원료가 분열할 때 나오는 에너지로 증기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는다.

이때 발생하는 원자력에너지의 크기는 핵분열반응으로 생기는 중성자의
수에 따라 달라진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물이나 흑연같은 감속재를 이용해 중성자의 속도를
적당하게 늦춰준다.

또 제어봉으로 핵분열이 너무 급격하게 일어나지 않게 중성자수를 일정하게
유지시킨다.

원자폭탄은 극도로 농축된 우라늄 핵연료를 사용한다.

농축된 핵연료는 핵분열을 할 때 엄청나게 많은 중성자가 나온다.

중성자가 한꺼번에 핵분열을 일으키도록 해 순간적으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소는 원자폭탄과 달리 사고가 생겨도 핵폭발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지난 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에서 발생한 사고도 핵연료가 물과 반응해
생긴 증기폭발이었다.

원자력발전소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는 핵폭발이 아니라 방사능 물질의
유출이다.

그러나 방사능 유출도 핵폭발 못지 않게 위험하다.

월드워치 연구소의 연구원인 니컬러스 러셀은 보고서에서 "체르노빌 사고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보다 2백배나 많은 방사능을 누출됐다"고 썼다.

체르노빌 사고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본 희생자만 수십만명에 달한다는
통계자료도 나와있다.

원자력발전소의 안전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 김경근 기자 choic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