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끊임없이 도전해 왔다.

특히 20세기에는 역사에 남을 수많은 도전이 펼쳐졌다.

1903년 12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키티호크의 실험장은 인류가 하늘을 처음 개척하는
무대였다.

라이트 형제(윌버와 오빌)가 제작한 "플라이어 1호"기는 날개 무게가 70kg
이었으며 2개의 프로펠러와 12마력의 엔진을 달고 있었다.

동생 오빌이 먼저 조종석에 앉았다.

힘차게 프로펠러를 돌리며 이륙한 비행기는 40여초를 날았다.

3m 높이로 36m 거리를 날아갔다.

지상에서는 탄성이 이어졌다.

온갖 나라 온갖 민족을 하나로 잇는 지구촌의 도래를 예고하는 기술발달은
계속 이어졌다.

26년 텔레비전(TV)이란 이름이 붙여진 이상한 원격화상전송장치는 인간을
혼돈에 빠뜨렸다.

TV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존 베어드는 27년 런던~
글래스고간 7백km 화면전송실험에 성공한다.

베어드는 전자식TV에 눌려 TV개발의 최종적인 승자자리를 내줘야 했지만
그가 개발한 TV는 "가보지 않은 세상"과 "가 본 세상"의 경계를 허물어
뜨렸다.

TV가 일반에 널리 보급되면서 미국 촌구석에 살고 있던 농부들의 눈에도
자신의 조상이라는 영국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비춰졌다.

생명연장을 향한 도전은 생명공학 기술에 놀랄 만한 진전을 가져왔다.

28년에는 생물 유전자의 본체가 디옥시리보핵산(DNA)이란 사실이 확인됐다.

53년에는 그 구조가 이중나선형이란 것도 밝혀냈다.

20세기가 마감될 무렵인 1997년.

영국의 로슬린 연구소는 양의 체세포를 떼어내 복제양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돌리"의 탄생이다.

수정란조작에 의한 생물체는 있었지만 그저 살점을 떼내 복제품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동물복제의 성공은 인간복제가 결코 멀지 않았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신에 대한 도전이란 윤리적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달나라 여행"(프랑스 쥘 베른의 작품.1866년)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헛소리가 심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57년 10월 역사상 최초로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
됐을 때는 달나라에 가는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

냉전체제가 굳어지면서 동.서 양진영은 과학기술을 총동원한 무기경쟁에
들어갔다.

한발 앞선 소련의 인공위성 발사는 미국민들을 안보에 대한 불안으로 몰아
넣기에 충분했다.

자극받은 미국은 우주에 대한 도전에 박차를 가했다.

69년 7월 16일 미국은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아폴로 11호를 발사
시켰다.

4일후 닐 암스트롱과 에드윈 올드린은 달 착륙에 성공, 월면에 인간의
발자국을 남겼다.

세계는 또 한번 놀랐다.

비록 냉전은 끝났지만 우주공간을 향한 인간의 도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다.

인간의 도전이 항상 성공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가장 큰 실패는 아마도 혁명일 것이다.

러시아혁명은 유토피아를 향한 도전이었다.

1차대전 참전이후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러시아 민중은 1917년 3월
황제 니콜라이 2세를 몰아냈다.

이어 11월 레닌이 이끄는 볼셰비키그룹은 무장봉기로 임시정부를 무너뜨리고
전권을 장악했다.

20세기를 이념대립의 세기로 몰고 간 이 도전은 그러나 세기가 끝나기도
전에 실패로 확인됐다.

학문세계에서도 기존의 이론에 대한 도전이 있었다.

경제학에서는 케인스가 "보이지 않는 손"에 도전했다.

케인스는 자연스럽게 수요가 일어나지 않을 때는 정부의 정책이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에는 어처구니 없어 보이는 이론이었다.

그러나 대공황에서 세계경제를 구한 것은 케인스의 도전이었다.

도전으로 얻은 결과들이 항상 인간을 위해 쓰인 것만은 아니다.

2차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렀던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은 과학기술의 발달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불러 왔다.

폭탄 한방은 반경 4km 안의 모든 것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엄청난 불덩이와 시속 9백km의 폭풍을 일으키는 괴력에 인간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며칠후 원자폭탄은 나가사키에도 떨어졌다.

"리틀 보이"와 "패트맨"으로 명명됐던 두 개의 원자폭탄은 30만명에 가까운
사상자를 냈다.

그러나 실패와 오용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도전은 끝없이 이어져
왔으며 지금은 20세기 마지막 도전이 될 가상세계의 구축이란 대도전이
진행중이다.

네티즌들이 살고 사이버모델들이 활동하는 가상세계가 현실세계를 압도할
날도 멀지 않았다.

< 박재림 기자 tr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