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논의돼오던 공무원연금 제도개선이 내년 이후로 미뤄지는 대신
내년중 정부예산인 재정융자 특별회계에서 1조원의 자금을 공무원연금기금에
무이자로 융자 지원해주기로 했다고 한다.

연내의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물리적으로 어려워진 마당에 기금고갈 위기에
직면한 공무원연금기금에 대한 재정지원은 그 타당성 여부를 떠나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않다.

공무원연금기금은 지난해 1조4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2조2천억
원, 내년에는 1조8천억원의 적자가 예상돼 이대로 가다간 내년말이면 기금
고갈의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고 보면 공무원연금의
중단위기를 넘기기 위해 이같은 대책은 재고의 여지가 없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그동안 정부가 기금의 여유자금을 공공자금으로 편입시켜 활용하는
등 기금부실화에 대한 일단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결코 외면할수
없는 문제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부의 재정지원 결정이 과연 최선의 선택이었는
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않을 수 없다.

사실 공무원연금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은 진작부터 대두돼 왔을
뿐만 아니라 주무당국인 행정자치부의 의뢰에 따라 얼마전 한국개발연구원
(KDI)이 지급개시연령제의 도입을 비롯 급여산정기준의 변경, 보험료율 인상
등 종합적인 개선안을 제시한바도 있다.

당사자인 공무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불만스런 대목이 없지 않다고 생각하지
만 "적게 걷어 많이 주는" 현행 연금제도의 골격은 하루빨리 고쳐져야 한다는
입장에서 우리는 환영의 뜻을 밝힌바 있다.

물론 무턱대고 "많이 걷고 적게 주는" 식의 개편이 능사는 아니다.

공직사회에 주는 충격이나 기존 가입자들의 권익침해 여부, 그리고 다른
공적연금 제도와의 형평등 고려해야 할 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어서 해법이
단순하지 않은 과제임도 분명하다.

그러나 기금고갈이 너무나 명백한 현실로 다가와 있는데도 근본적인 개선을
미루는 것은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바로 그런 점에서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도모하지 않은채 재정지원을 통해
당장의 위기를 넘기려 한 것은 너무 안이한 정책발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시중의 해석대로 내년4월 총선을 의식해 공무원표를 겨냥한 선심정책
의 일환으로 그같은 결정이 내려졌다면 더 큰 문제다.

병폐를 키워갈 따름이라는 판단에서다.

"저부담 고급여"의 기형적인 공무원연금 구조개편은 빠를수록 좋다.

공직사회의 안정을 위해서도 그렇고, 국민부담을 덜어준다는 재정운용
차원에서도 서둘러야할 과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