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브랜드 닉스(Nix)가 발매이후 지금까지 거둔 최고의 성과중 하나는
소비자와 의류업체의 머릿속에 있던 국산상품에 대한 선입견을 바꿨다는
점이다.

94년 닉스가 첫선을 보일 당시 청바지 시장은 리바이스를 위시한
미국브랜드가 장악하고 있었다.

60, 70년대 히피정신을 대변하는 단어가 통기타와 청바지라는 사실에서
알수 있듯 진은 젊은이들의 정서와 문화를 말해주는 표본이기도 하다.

닉스 탄생이전 국산 진브랜드들은 시장을 리드한다는 사실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외제 디자인을 따라가기 바빴다.

아메리칸 캐주얼이 애초 우리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한 현상이라는 생각에
고급 청바지 시장을 피해 저가시장만을 공략했다.

하지만 닉스는 달랐다.

7만~8만원 하던 외국산보다 더 높은 가격대인 10만원대 상품을 내놓았다.

이런 자신감 넘치는 도전장은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청바지가 이렇게 비싸도 되는 거냐""국산도 고가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등등 언론에서도 고가진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3년만에 정상에 뛰어올랐고 청바지 단일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1천억원이라는
경이적인 누적매출 기록을 세웠다.

처음에는 패션모델 탤런트 가수 등 연예인을 중심으로 장안에 내로라하는
멋쟁이 젊은이들이 즐기기 시작했다.

닉스는 패션리더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중고등학생들은 닉스를 사입기 위해
용돈을 모았다.

하지만 단지 10만원대라는 프리미엄 가격전략에 고객들이 열광한 것은
아니다.

일단 디자인이 수표한장 주고도 사고 싶을 정도로 신선했다.

세로로 희끗희끗하게 줄이 보이는 닉스만의 워싱기법이나 큐빅이 조각된
청바지, 다리가 길어보이는 뉴벨핏 라인(허리에서 무릎까지는 슬림하게
몸에 붙지만 무릎아래에서 아래로 퍼지는 라인), 재단을 입체적으로 분리해
역시 "롱다리"처럼 보이게 만든 3D팬츠 등 매시즌 닉스만이 선보인 디자인은
젊은 소비자들을 매혹시켰다.

광고 홍보전략도 기발했다.

96년 봄 광고를 보면 노른자가 선명하게 보이는 달걀 프라이가 화면 가득
있다.

그 한쪽 옆에는 "쇠고기안심은 얇게 포를 떠 두들겨 부드럽게 만든 다음
...(중략)...

닉스는 생활을 생각하고 그 첫번째 이야기로 요리를 선사한다.

"아주 맛있게"라는 카피가 써 있다.

청바지 광고에 사람도 상품도 등장하지 않은 이 특이한 광고시리즈는
젊은이들의 감성을 적중시키며 그해 최고의 패션광고로 뽑히기도 했다.

지난해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잠시 주춤했던 닉스를 다시 일으킨 공도 상당
부분 광고 마케팅에 돌릴 수 있다.

이번에는 요리시리즈와는 반대로 톱스타 여배우와 청바지를 등장시켜 상품의
우수성을 직접적 방법으로 호소했다.

이 광고 역시 최근 몇년동안 유행했던 이미지 위주의 패션광고에 싫증났던
고객들에게 열띤 호응을 얻어냈다.

98년 모기업 보성에서 독립한 (주)닉스는 주력브랜드 닉스외에 스트리트
캐주얼 "292513= STORM (스톰)"과 젊은 세대를 위한 의식주 토털브랜드
"쏘 베이직"을 판매하고 있다.

또 인터넷 사업을 시작해 패션에서 인터넷까지 영(young) 문화 비즈니스,
영미디어 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미래비전을 꿈꾸고 있다.

< 설현정 기자 sol@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