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익상 < 한국리서치 대표 >

상품은 더 다양해졌다.

소비자의 욕구보다 상품이 더 세분화된 것 같다.

필요한데 없어서 못 사는 제품은 이제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세분화나 다양화보다 늘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품질이다.

가마에서 백자를 꺼내 깨뜨려 버리는 우리 선조의 자세가 품질이다.

손님상에 나가는 밑반찬 하나 하나를 점검하는 한정식집 주인 여자의
손길도 품질이다.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이번에 선정한 1999년 소비자대상 상품들도 이러한
품질 의식에서 탄생한 제품이라고 본다.

그리고 새 천년을 앞둔 우리의 대표 상품, 바로 "메이드 인 코리아"의
대표 상품들이다.

이런 품질들을 모아 메이드 인 코리아를 선언하자.

비단 수출을 위한 해외 홍보용으로서만이 아니다.

한가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주변 사람들을 소개하고 사람이 할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뜻을 받아들이는 우리 코리안의 강점을 스스로에게 알리자는
것이다.

이조백자 고려청자 김치 한복 온돌 황토집 사물놀이 등 메이드 인 코리아를
상징하는 많은 것이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사람을 중시했으며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아껴 왔다.

그것이 "정"이고 "흥"이리라.

우리의 정신속에 있는 우리의 품질, 그것으로 새로운 메이드 인 코리아를
선언하자.

자기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타인에게 정중한 모습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시운전사, 은행창구 직원, 투자자문가, 술집 작부도 메이드 인 코리아다.

우리는 지난 세기에 너무 바빴다.

매일 매일 닥치는 위기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잘 살아보자고, 남들에게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면서 산 것 같다.

이제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면서 좀 쉬어보면 어떨까.

한 발자국 떨어져서 우리의 모습을 살펴볼 때가 온 것 같다.

그리고 성장 발전 비전-이런 단어를 반복하기보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표준을 정하자.

그 모범을 발굴해 서로에게 소개하자.

한반도 안에서 한반도 밖으로 자신 있게 우리의 약속을 선언하자.

이것이 메인드 인 코리아라고.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