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의 대폭락은 어느 정도는 예견되었던 일이다.

시장이 매우 과열되었던 만큼 언제든 폭락세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은
대부분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였다.

매출액이 1백억원을 겨우 넘고 있는 회사의 싯가총액이 매출액 규모가
1천배가 넘는 기업의 싯가총액보다 오히려 커졌다든가 벤처라는 말만 붙으면
영업내용은 관계없이 무더기 상한가를 계속해왔으니 상황에 따라 "사자"없는
급락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측면도 없지 않다.

정부가 뒤늦게 코스닥 시장의 과열을 우려하고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힌
점이나 증권업 협회가 일부 종목에 대한 주가조작 조사에 들어간 것도
코스닥 시장 급락세의 원인일 것이다.

당국이 증권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환영할 일은 아니라 하겠지만 시장의
과열과 예상되는 후유증을 생각하면 불가피성도 없지 않을 것이다.

어떻든 전문가들이 우려할 정도로 코스닥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되었던 것도
사실일 것이다.

일부에서는 증권시장이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벤처기업가들의
기업하려는 정신을 오히려 타락시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을 정도
였다.

최근에는 거래소 상장 기업들조차 "코스닥으로 가야 주가가 오른다"며
소속시장을 옮겨달라는 정도라니 위험수준에 따라 구분된 증권시장간 질서의
파괴도 어지간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코스닥 시장의 이상과열은 어찌보면 당국과 증권업자들이 인위적으로
조장해낸 측면도 적지 않다.

정부는 지난 5월 코스닥 등록 요건을 대폭 완화하면서 재무건전성 기준을
사실상 철폐해버렸고 결과적으로 "묻지마 투자"가 기승을 부릴 수 있는
풍토를 제공했다.

또 거래소의 보완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코스닥 시장에 정부 출자기업이나
대기업까지 뒤섞어 놓아 해당 주식들에 대한 비교평가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때늦기는 했지만 정부가 코스닥 시장 대책을 발표한다니 기대되는 바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공시제도의 확립과 주가감시 체계의 정비 등이 골격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코스닥 기업은 경영 불투명성이 높고 벤처캐피털등 내부의 이해당사자들이
많아 내부자 거래에 대한 철저한 감시체제가 요망된다.

주가조작을 조기에 신속히 밝혀내고 엄정히 처리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부 스스로가 벤처기업 육성이라는 정책 과제를 변화가
심한 코스닥 주가에 연동해 추진해보겠다는 발상 자체를 뜯어 고치지 않는다
면 어떤 대책이라 한들 모두 미봉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점이다.

증권사들 역시 분석및 예측 능력을 다듬고 기술주식 분석가를 양성하는등
시장발전에 걸맞는 내부역량을 갖추어야 하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