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빌제(59) 알스톰 회장은 프랑스 최고급 테크노크라트 출신 경영인
이다.

1940년 프랑스 동북부 꼴마르에서 출생한 그는 프랑스 고위공무원과
최고경영자(CEO)들의 산실인 정치대학(씨앙스포)과 국립행정대학원(ENA)을
졸업했다.

지난 67년 관료로 입문한 그는 81년까지 경제부처 요직을 두루 거쳤다.

국가 재무위원회 조정감사담당관, 재무장관 예산담당자문관 등을 거쳐
예산국장을 끝으로 공무원 생활을 마쳤다.

82년 알카텔알스톰그룹으로 옮겼다.

"엘리트 경제관료의 화려한 변신"인 셈이었다.

알카텔알스톰그룹에서는 기획.예산조정 이사, 경제재무 이사, 부사장 등을
지냈다.

89년 알카텔알스톰과 영국 GEC사가 제휴해 GEC알스톰을 출범시켰을 때
합작법인의 사장으로 뽑혔다.

"뛰어난 업무처리 능력과 부드러운 균형감각을 함께 갖췄다"는 게 선임
이유.

미묘한 관계에 있는 프랑스와 영국업체의 합작기업, 그것도 50대 50 지분
관계 기업의 CEO라는 "만만찮은" 자리였기에 초기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빌제 회장은 "두명의 시어머니에게 크게 휘둘리지 않고" 10여년간
총수 자리를 지켰다.

수십개 기업과 인수합병을 통한 업종 전문화와 집중화 작업도 그의
작품이다.

재임중 가장 중요한 시기는 최근 1년여 동안이다.

GEC알스톰에서 알스톰으로 새로 탄생한 98년 6월 이후다.

"빌제 회장은 이때부터 1년 이상을 자기 전략을 세일즈하는 데 바쳤다.
전략의 핵심은 사업 분야를 줄이고 이익을 늘리는 것이다"(프랑스 경제주간지
렉스팡씨옹 99년 7월7일자).

98년 6월 파리 런던 뉴욕 등 국제 증시에 주식 50%를 상장할 때는 직접
투자자들을 만나고 로드쇼를 진두 지휘했다.

상장 후 한때 주가가 40%까지 떨어지는 위기를 겪었지만 ABB와의 합병 등
빅딜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빌제 회장은 역사적으로 독일과 프랑스의 교류와 분쟁의 중심지였던
알자스지방(꼴마르) 출신이다.

이를 통해 그는 프랑스 한 나라뿐 아니라 "유럽 전체"라는 개념을 체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자신이 프랑스인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기업 지배구조나 의사결정
방식은 앵글로 색슨식(영국식) 접근법이 좋은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말한다.

거대 "범 유럽" 기업을 이끄는 비결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거대기업을 이끄는 CEO답게 "일에 몰두하는 것이 취미"라는 것.

업무 이외 취미는 독서라고.

21세기에도 유럽 경제를 이끄는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이다.

< 고승철 산업2부장 cheer@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