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의 해외매각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우리가 그동안 애써 키워온 자동차 산업을 외국에 넘겨
주느니 다른 재벌에게 주는 한이 있더라도 국내기업이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찬성하는 측은 GM등 세계적인 기업에 넘겨야 자본과 기술이 들어오는
등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정책당국은 외국기업이라 하더라도 적당한 가격을 제시한다면 팔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인 듯하다.

국내에서 인수 가능한 기업은 현대와 삼성인데 현대는 이미 기아를 인수했고
삼성에게 넘기면 역빅딜이 되어 정부의 체면이나 정책의 일관성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대우차 처리를 두고 왜 이런 논란이 있는 것일까.

그것은 자동차 산업이 가지는 비중 때문이다.

건전지 공장이 외국에 팔릴 경우 누가 그것을 사든 우리경제의 대세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살충제나 신문용지 업계가 거의 1백%에 외국자본에 넘어갔지만 그것이 한국
산업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은 분명히 다르다.

연간 1백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자동차 회사는 선진국의 경우에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대우차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벤츠의 경우 생산대수는 50만대에 불과하다.

생산규모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 회사는 단순한 제조업체가 아니다.

자동차는 종합적 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 회사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기계공업, 전자공업은 물론이고 미술,
디자인, 마케팅, 금융 등 종합적인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미국의 포드는 자동차를 직접 팔아 얻는 이익보다 할부금융을 통해 얻는
이익이 더 크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포드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아니라 자동차를 이용한
금융업체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

자동차산업이 제대로 돌아가면 전후방에 관련된 모든 산업이 혜택을 받게
된다.

고용창출은 물론이고 첨단산업과 벤처산업을 육성하는 효과도 있다.

또 음향기기의 경우 개인에게 파는 숫자보다 자동차용으로 장착하는 숫자가
훨씬 많다.

이런 자동차 회사를 국내기업이 경영하느냐 아니면 외국기업이 경영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일까.

외국기업에 팔면 자본이 들어오고 기술이 들어오고 국경에 관계없이 오로지
수익을 내기위해 매진할 터이니 결국 우리에게 득이 된다는 것은 옳은 말일까

첫째 GM이 대우차를 인수하는 경우 적자를 내면 경영책임을 져야하니 이익을
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기업의 경영전략이나 회계를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GM이 대우차를 인수하겠다고 하니 갑작스레 포드나 크라이슬러가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우차가 가지는 가치는 여러가지다.

앞으로 중국시장이 급성장할 터인데 여러모로 투자여건이 좋지 않은 중국에
투자하느니 그래도 선진화된 한국에 생산기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미국 기업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런 목적으로 대우차를 인수해도 결국 우리에게 이익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하청업체가 되는 부품업체가 되든 다만 몇푼이라도 건질 수 있다면
이익이 아니냐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GM이 대우차를 인수하는 경우 여러가지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경승용차 부문에서 대우와 벌였던 경쟁을 피할 수 있고 미국 본토와
비교해서 생산비가 적게드는 모델은 한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등 신축적
경영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기업전체의 이익이 많아지면 주가도 오르고 경영진은 신임을 받게
된다.

이런 사실을 도외시하면 곤란하다.

둘째, 미국계 기업이 인수해서 국내에 진출하는 경우 국내시장의 점유율을
높이려 들 것이다.

GM이든 포드든 현대나 기아에 비해서 자금 기술 경영능력 등 모든 측면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다.

대우차를 인수할 때 일단 대규모 부채탕감을 받을 것이고 필요하다면
미국으로부터 싼 자금을 대량 도입할 것이다.

자동차 부품도 외국에서 아웃소싱하지 국내에서 조달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국내의 부품산업 육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몇 년 적자를 보더라도 현대와 기아를 굴복시키기 위해 저가정책에 나서는
등 손해를 감수할 수도 있다.

이래도 "GM같은 메기가 설쳐야 현대나 기아같은 미꾸라지들이 정신을 차릴
것이다"고 말할 것인가.

이렇게 볼 때 대우자동차의 해외매각은 우리가 수십년동안 키워놓은 자동차
산업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될 우려가 있다.

그러니 대우자동차가 잘 되면 소액주주들이 행복해진다는 낙천적인 전망으로
접근해서는 안되는 문제다.

이것은 4천5백만 국민의 먹거리가 걸린 문제다.

< yhs@fki.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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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서울대 건축공학과
<>미국 퍼듀대 경제학박사
<>포스코 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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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경 12월14일자 시론에 대한 반론으로 집필됐습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