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다국적 과일 유통업체인 미국 델몬트가 한국에 직판체제를
구축하고 과일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에 따라 국내 청과물시장에도 상당한 판도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델몬트는 이달 초 한국에서 과일 직판사업을 담당할
한국델몬트 후레시 프로듀스(주)를 설립, 9일 개업식을 가진데 이어 13일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델몬트가 자본금 5천만원을 1백% 출자, 한국지사를 법인으로 전환해 설립한
이 회사의 대표에는 하니 엘나피 델몬트 사장이 선임됐다.

델몬트는 수입대행 방식에서 벗어나 한국시장을 직공략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수개월 전부터 직접 도매시장이나 도매업자를 통해 판매하는 직판방식
을 추진해 왔다.

한국델몬트는 사실상 직판 첫해인 2000년에 바나나 6백만 상자를 비롯,
골드 파인애플 25만 상자, 칠레산 포도 27만 상자, 키위 3만 상자 등을 국내
에 들여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달부터 뉴질랜드산 체리, 필리핀산 망고, 남아공산 오렌지를
들여오는 등 국내시장에서 판매하는 수입과일의 종류를 늘리기 시작했다.

또 5명에 그쳤던 종전의 지사인원을 19명으로 확충하고 금강물류와
제휴하는 등 준비작업을 서둘러 왔다.

델몬트는 이미 마산에 물류기지와 냉장차 60대를 갖추고 당일 배송체계를
구축해 놓은 상태다.

그 등안 시장조사 기능만 가진 지사를 두고 국내 수입업체를 통해 물량을
공급해온 델몬트가 직판체제로 전환한 것은 마케팅과 품질관리를 직접
담당하면서 한국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델몬트가 3조원에 달하는 한국 청과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섬에 따라
선키스트 등 기존 청과수입업체 뿐 아니라 감귤 포도 등을 생산하는 국내
과일농가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들은 열대과일에서 강한 가격경쟁력을 가진 델몬트가 물류비 절감을
통해 공급가를 대폭 낮추며 청과물시장과 대형 할인점 등을 파고 들면
판매채널과 운송배달 방식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90년대초 바나나를 시작으로 수입이 본격화된 외국산 과일은 현재 연간
3조원 규모인 국내 과일시장의 약 1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관계자는 "1차로 20여 과일수입업체들의 타격이
예상되며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델몬트의 시장재비력 강화로 국내 농산물
생산, 유통업체에도 큰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광현 기자 kh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