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철 < 신세계백화점 유통산업연구소 소장 >

우리나라의 산업화 초기부터 현재까지 최장 5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해온
장수 상품들의 공통점은 시장 선점이다.

공산품이 흔치 않던 시기에 각 부문의 시장을 선점한 제품들은 그 브랜드명
이 해당 품목의 대명사처럼 불려 왔다.

예를 들면 보통 "소다"로 불리는 청량음료 제품들은 "사이다"로 통하고
조미료는 "미원"이 단순히 고유명사가 아니라 일반명사가 돼버렸다.

섬유 유연제 역시 대중들에겐 "피죤"이라고 할때 더욱 이해가 잘 되는 것도
시장 선점에 힘입은 것이다.

장수상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비식품보다는 식품류가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식품류는 기술 발전에 따라 디자인이나 성능이 개선된 신상품이 인기를
끄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식품류의 경우 한번 입맛이 들면 계속 그 제품을 찾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자류 중에서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새우깡"이나
"맛동산" "초코파이" "크라운산도" 등은 한 과자 CF에서도 강조되고 있듯
대를 이어 즐길 정도의 익숙한 맛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또 그것이 바로 장수하는 가장 큰 이유인 셈이다.

장수상품의 비결에는 꾸준한 광고와 판촉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보통 일반 제조업체에서는 신제품의 광고나 판촉에 열을 올리지만 꾸준히
롱런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신경을 덜 쓰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장수하는 상품들은 시대의 흐름이나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춘 판촉 또는 광고활동으로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계속해서 제품과 브랜드
이미지를 리마인드시키는 것이 공통된 특징이다.

가령 칠성사이다의 경우 코카콜라의 색소나 유해성분 논란이 있을 때 그
즉시 경쟁사의 약점을 이용한 광고전략을 펼쳐 왔다.

동양제과의 초코파이는 자사 상품의 특징을 가장 잘 반영해 줄 수 있는 키
메시지로 "정"을 선정해 시리즈 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맥심커피는 쏟아지는 원두커피 시장의 신상품에도 불구하고 안성기나 한석규
등의 톱 연예인을 기용한 "포근한" 이미지의 광고로 재미를 보고 있다.

삼양라면은 농심에 선두 자리를 내주고 고전하다 핑클 등 인기 절정의
연예인을 기용하거나 유머 광고 등을 앞세워 최근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장수상품은 무조건 한 제품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는 같은 이름을 사용하더라도 다양한 용도의 "버전 업"된 제품을
계속 개발해야 시장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베지밀의 경우 병제품의 초기 상품 외에 이유식에 사용할 수 있는 인펀트
제품이나 성인들이 즐길 수 있는 어덜트 제품 등 다른 버전의 제품을 함께
내놓고 있다.

피죤도 다양한 향의 섬유 유연제를 계속 출시함으로써 현재 이 시장에
뛰어든 수많은 업체들을 물리치고 20년 이상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히트상품, 더 나아가 장수상품을 만들어 내지 못한 기업들이 눈여겨 볼 또
하나의 대목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