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일 후면 새 천년이 열리고, 21세기가 시작된다.

새로운 꿈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맞게 될 2000년이지만 시중 자금사정은
별로 좋을 것 같지 않다.

기업의 자금관리에 다소나마 참고가 될까 하여 내년 중 자금시장의 움직임을
결정할 요인들을 짚어 본다.

첫째, 경기의 급속한 회복이 지속됨에 따라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 4월 선거와 대우 부실 후유증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는 신축적인
통화관리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내년 하반기부터는 한국은행이
통화긴축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대우관련 여신손실, 수익증권 관련 손실 등을 반영할 경우 BIS비율
8%에 미달하는 은행이 다수 나올 가능성이 크다.

또한 금년 말부터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에 따라 부실 여신을 분류하도록
기준이 변경됨으로써 시중은행의 부실여신 비율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BIS비율의 하락을 막기 위해 대출을 줄이려 할 것이다.

셋째, 저금리에 따른 낮은 수익률과 내년 7월로 예정된 채권 싯가평가제
도입에 대한 우려로 투신사 채권형 펀드로부터의 자금이탈이 예상된다.

이는 채권 수요기반을 위축시켜 기업들의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어렵게 할 것이다.

넷째, 국제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차입 여건은 오히려 나빠질 전망이다.

경기회복과 이에 따른 물가불안 우려로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금융긴축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커 국제 금리는 상승세를 보일 것이다.

아시아를 포함한 신흥시장에 대한 국제투자가들의 투자기피성향도 크게
완화되지 않을 것이며 한국의 국가신용등급도 외환위기 이전의 수준까지
올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섯째, 자금조달의 가능성이 그래도 큰 데는 주식시장이다.

올해에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기업들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이루어져 내년도
기업의 발행수요는 줄어든 데 비해 기업들의 수익성 호조, 주식상승 기대감에
따라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업 측에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자금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어떨까 싶다.

첫째, 원화자금 조달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선진국 금융기관의 위험기피적 태도로 국제금융시장의 자금 가용성이 크지
않고 조달 조건 역시 좋지 못할 전망이다.

자금관리상 꼭 필요한 외화차입분을 제외하고는 외화보다 원화를 통해
조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원화자금조달 측면에서는 주식 발행이 자금가용성 면에서 유리하다.

증권거래소 및 코스닥시장의 활황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셋째,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투신사와 은행들이 각각
수익증권 환매와 BIS비율 충족을 위해 회사채와 대출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회사채 차환발행,대출금 상환 등 자금수지의 일정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넷째, 여유자금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금리의 상승 가능성, 예상되는
채권싯가평가제 실시 등을 고려해 다소 수익이 낮더라도 안전한 금융상품에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자금조달 시기는 하반기보다 상반기가 유리하다.

하반기로 다가갈수록 물가 안정을 겨냥한 한국은행의 통화긴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좋은 신용등급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특히 내년도에는 신용 등급이 좋은 기업은 자금조달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나 신용 등급이 나쁜 기업은 대출상환 연장이나 회사채차환 발행조차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적인 수익기반과 튼튼한 재무구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사업관행을
갖추는 것이 좋은 신용등급을 받는 조건이다.

조건을 어느 정도 갖춘 후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국내외 신용평가 기관들을
접촉해 구조조정 성과와 사업전망 등을 설득력있게 전달하고 경영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신용등급 상향조정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자금시장 전망은 내년에도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증폭되거나 환율이
급등락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IMF위기 때처럼 국제금융 투자가들이 자금을 단시간 내에 빼가고
환율이 급등하면 실물경제가 아무리 튼튼하고, 외환보유고가 1천억달러를
넘어도 경제의 급속한 냉각과 붕괴를 막을 방법은 없다.

국가적 차원에서 외국 자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우리 경제에 대한
그들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 yhlee@mail.lger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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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박사
<>행시 13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