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무선통신용 반도체 소재로 실리콘-게르마늄(SiGe)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87년 실리콘-게르마늄 반도체소자 개발에 착수한 미국 IBM은 지난해말
상품화에 성공, 무선통신용 고주파 집적회로(RF-IC)를 선보였다.

퀄컴 테믹 맥심 해리스 등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들도 상용 제품을 내놓고
본격적인 시장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반면 한국의 반도체 회사들은 대부분 메모리 반도체용 실리콘 소재 개발에만
집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 에이에스비 염병렬(40) 사장은 홀로 한국의 실리콘-게르마늄
반도체 소자 기술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최근 70GHz급 실리콘-게르마늄 HBT(이종접합 양극성 트랜지스터) 양산
기술을 확보했다.

이는 1~10GHz급 고주파 칩 양산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들도 불과 1년여전에 상용화한 첨단 기술이다.

"이동통신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반도체분야의 주력도 D램에서 주문형
반도체를 거쳐 고주파 칩으로 옮겨가는 양상입니다. 현재 1GHz급 이상의
이동통신용 칩에는 갈륨-비소(GaAs)가 주로 사용되고 있지요"

그러나 염 사장은 조만간 실리콘-게르마늄 반도체가 고주파 칩 시장의
맹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갈륨-비소 반도체에 비해 열전도율과 출력효율이 10배나 높고 공정기술이
안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 집적도가 낮은 실리콘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기존 공정을 그대로 활용,
생산단가도 3분의 1수준으로 낮아진다.

그는 대우전자와 협력해 내년 6월부터 70GHz급 실리콘-게르마늄 HBT를
양산키로 했다.

염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와 대학원에서 반도체소자 물리와 초대규모집적
회로(VLSI)를 전공했다.

87년 9월부터 미국 노스웨스턴대 전기공학과 박사과정에서는 갈륨-비소
반도체를 연구했다.

그가 실리콘-게르마늄 반도체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0년.

IBM NEC 등 선진 업체들이 50~60GHz급 실리콘-게르마늄 HBT를 선보인데
자극받으면서부터다.

"멀지않아 실리콘-게르마늄 소재가 반도체 시장의 총아로 떠오를 것으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실리콘의 단맛에 빠져있던 국내 반도체회사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더군요. 그래서 90년에 귀국한 후 일반 기업의 스카우트 제의를
뿌리치고 전자통신연구원을 택했지요"

염 사장은 전자통신연구원에서 실리콘-게르마늄 반도체소자기술에만
매달렸다.

지난해 11월엔 연구실을 벗어나 창업의 길로 들어었다.

선진국이 상용화 제품을 내놓는 것을 보고 8년여의 개발성과를 빨리 상품화
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회사 설립에는 10년 가까이 같은 실험실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실리콘-
게르마늄 반도체를 연구한 베테랑들이 합류했다.

이수민(34) 조덕호(37) 한태현(35) 이사가 그들이다.

"실리콘-게르마늄 분야에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2년 정도입니다. 반도체
소자기술은 뒤지지 않지만 RF-IC칩 설계인력이 거의 없어 상용화가 뒤처진
탓이지요.대기업이 실리콘-게르마늄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에 눈을 돌려야할
때입니다"

< 정한영 기자 ch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