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일본 원죄론"이 강했다.

일본 금융기관들이 아시아에 투자했던 자금을 한꺼번에 회수함으로써
아시아환란이 촉발됐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일본은 이 원죄론을 강하게 부정했지만 세상의 시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본은 아시아의 환란극복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일본은 그동안 아시아지원펀드를 조성하고 아시아판 국제통화기금인 아시아
통화기금(AMF)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에 대한 자금지원도 실시했다.

그렇지만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치고는 세계경제 위기 수습에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비판 속에 일본 대장성은 작년 9월 "미야자와 플랜"을 발표했다.

한국 등 동남아 5개국을 지원하기 위해 3백억달러의 긴급자금을 내놓겠다는
것이었다.

일본은 또 미국 등 선진국들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내수부양 요구를 수용,
30조엔의 경기부양책을 수립키로 했다.

위기수습 및 재발방지를 위해 일본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AMF 창설이다.

일본 정부의 AMF설립 구상은 지난 97년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
(ASEM)에서 처음 거론됐다.

당시엔 큰 반향을 얻지 못했지만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이 구상을 보는
세계의 시각은 달라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본이 아시아지역의 경기회복에 진짜 도움을 주려면
자국경제부터 회복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런 다음 아시아상품을 많이 소화해 줌으로써 아시아는 물론 세계경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일본 원죄론에 대한 속죄의 방법이라고 일부 경제학자들은 주장한다.

< 김재창 기자 char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