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내 조선족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가족체계마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중 수교 7년여.

처음 한국과 교류가 터지면서 조선족들은 특수를 맞는 듯했다.

한국 관광객들이 무더기로 몰려왔다.

옌벤 등 조선족 거주지역에는 한국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졌다.

중국의 개방정책과 맞물려 시너지효과를 내면서 경제는 상승세를 탔다.

중국내 소수민족에겐 전례를 볼 수 없는 발전이었다.

사람들은 자본주의를 알게 됐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패러다임에
익숙해졌다.

한국 사람을 상대로 하는 영업이 번창했다.

한국으로 떠나는 "합법 이민"도 붐을 이루었다.

불법적인 밀입국도 급증했다.

일부는 목돈을 거머쥐기도 했다.

그러나 급격한 변화는 또 다른 후유증을 불러왔다.

빠져나간 공간이 채워지지 않으면서 공동화 현상이 생긴 것이다.

특히 여성 부족 현상은 "가정"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92년 한.중수교 이후 한국을 찾은 조선족은 8만여명에 달한다.

이들의 대부분은 20~30대의 젊은 여성들이다.

젊은 여성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일자리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아예 시집을 간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이 아니더라도 중국 안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엘리트계층의
여성들은 북경과 상해 등 대도시로 떠났다.

여기에 위장이혼을 하고 한국으로 건너왔다가 그대로 주저앉는 바람에
가정이 무너지는 경우도 생겨났다.

중국에서 한국인의 현지처 등으로 생활하는 여성 또한 적지 않다고 한다.

이 때문에 옌벤 등의 조선족 마을에는 "처녀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짝을 못찾는 노총각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다.

그런가하면 대도시에서는 조선족 처녀들이 역으로 남자품귀를 겪고 있다.

이제 조선족 간의 정상적인 혼인은 "희귀한" 일이 돼 버렸다.

조선족의 출산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92년 한.중 수교 때 2백만명에 달했던 조선족 인구는 불과 7년만에 1백80만
명 선으로 감소했다.

이런 추세라면 멀지않아 절반으로 위축될 것이라는 게 현지의 추산이다.

일제의 압박을 피해 독립의 의지를 품고 건너갔던 만주땅.

3대를 이으며 어렵게 뿌리내린 조선족이 이번에 경제와 자본의 힘 앞에
또 한번의 굴곡을 겪고 있다.

< 옌벤=장유택 기자 ytch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