我家住在鑑湖西,
아가주재감호서

千巖萬壑如會稽.
천암만학여회계

愛觀魚鳥放山澤,
애관어조방산택

笑遺名利同筌蹄.
소유명리동전제

우리집은 감호의 서쪽에 있는데/
바위와 골짜기가 회계산을 닮았다네/
산과 못에 물고기와 새들이 자유롭게 노니는 것 보기에도 즐겁나니/
나는야 명리따위 웃으며 헌신짝처럼 버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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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이 지은 시 억감호이다.

그 옛날 회계산에 제후들을 모아놓고 논공행상했다는 우임금을 그리는 마음
한쪽에는 자기의 재주와 충정을 몰라주는 조정에 대한 서운함이 서려 있고
물고기나 새의 노니는 모습을 보기를 즐긴다는 표현에는 현실의 질곡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 이병한 서울대 명예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