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곧 미국 시애틀에서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상문제를 논의하게 된다.
오는 30일부터 시작되는 세계무역기구(WTO) 총회에서는 앞으로 몇년간
WTO가 해야 할 과제들을 결정할 것이다.
지금은 새로운 국제무역협상을 개시하기에 아주 적당한 시기다.
세계 무역환경이 더할 나위없이 좋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각국 경제가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향후 몇년간의
전망도 좋다.
그동안 세계는 다자간 무역시스템의 가치와 위력을 확인했다.
지난 97~98년 세계 금융시장이 극도로 혼란했던 시기에도 각국 정부와
WTO는 현명하게 시장개방을 유지했다.
이것이 세계경제회복의 밑거름이 됐다.
바로 이같은 사실이 개방적이고 원리원칙에 기초한 다자간 무역시스템의
장점을 확신하면서 세계가 시애틀에 모이게 된 배경이다.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을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보자.
당시 세계적으로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점유율을 조정하는
것이 주요 관심사였다.
개방무역시스템에 대한 확신도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세계는 이같은 악조건을 극복하고 새로운 무역질서를 세울 조약을
마련하고 지금의 WTO를 탄생시켰다.
현재 상황은 그때보다 훨씬 낫다.
우루과이라운드및 후속 협상의 성과에 기초해 시스템을 훨씬 탄탄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열린 시장의 장점과 이익을 모두에게 확신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시애틀회담의 목표는 균형잡힌 작업계획을 세우고 회원국 모두에 이익을
가져다 줄 협상을 출범시키는 것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다자간 무역협상의 장점을 수긍하고 있지는 않다.
세계화를 꺼림칙하게 여기는 나라들도 일부 있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국가도 더러 있다.
일부는 세계화를 하나의 "위협"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세계화는 대세다.
그것을 외면할 수 없다.
모두가 세계화로 인한 공동의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시애틀회담이 순조로울 것 같지는 않다.
각국의 이해가 상충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저마다 의견이 제각각이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한가지 점에서는 모두가 동의한다.
바로 교역이 주는 혜택이다.
하지만 세계무역의 0.5%만 겨우 차지하고 있는 48개 최빈국들도 세계무역
시스템에서 이익을 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 의문을 시애틀회담에서 풀어야 한다.
최빈국들이 이 다자간 자유무역시스템에서 더 많은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두가지의 필수 조건이 있다.
최빈국산 상품에 관세를 매기지 않고 기술을 지원해야 한다.
무관세는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세계가 불평등 문제에 대해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세상에 입증해 줄 것이다.
기술지원은 최빈국들뿐 아니라 개발도상국들을 위해서도 시급한 과제다.
시애틀에서 다뤄야 할 주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투명성도 매우 중요하다.
투명성이 없이는 개방무역시스템의 혜택은 제한된다.
정부조달과 무역촉진책의 투명성을 논의하는 것이 뉴라운드협상의 주요
의제가 돼야 한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시애틀회담에서 뉴라운드협상을 출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농업과 서비스는 이미 협상의제로 정해져 있다.
이 부문의 높은 관세를 낮추고 농업보조금등 정부의 각종 지원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사회의 다양한 기득권층이 관련돼 있기 때문에 민감한 문제다.
그러나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식량생산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개도국들이 다른 나라에 대해 경쟁력 있는 상품을 수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막는 것은 부당하다.
누구도 서비스부문 자유화의 이익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서비스는 많은 나라에서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부문을 더 자유화시키면 수출경쟁력이 높아질 것이고 일자리도 더 창출될
것이다.
그 결과 소비자들도 당연히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 두 분야만을 협상의제로 다루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다른 분야도 협상의제로 끌어들여야 한다.
세계 교역환경을 안전하게 만들고 예측가능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것들은 아직 세계가 동의하지 않은 문제지만 이제 다뤄야 할 때가 왔다.
시애틀에서 우리는 미래의 교역 관계를 위한 길을 닦을 필요가 있다.
처음에 말했듯이 전망은 밝다.
우리는 자유무역시스템의 장점들을 목격해왔다.
이제 모든 나라들을 WTO체제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무역은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다.
그것은 진보와 발전을 위한 수단이다.
< 정리=김용준 기자 dialect@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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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마이크 무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WTO 총회를 앞두고
최근 WTO 이사회에서 행한 연설을 정리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