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으로 경제운용에 빨간불이 켜졌다.

산유국들이 내년 3월로 정해진 감산합의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어 국제유가는 내년 한국 경제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산업자원부는 22일 정덕구 장관 주재로 석유관련 기관장회의를 열어 유가
상승의 영향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나병선 석유공사사장, 김홍경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장현준 에너지경제
연구원장과 정유 5사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향후
유가를 전망할 계획이다.

또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단계별로 정부가 취할 대응조치도 마련
한다.

<> 내년 무역수지악화 비상 = 연구기관들은 모두 내년 상반기까지 고유가
기조가 쉽게 꺾이지 않아 무역수지 흑자가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수입은 연간 8억7천만달러 늘고
수출은 1억7천만달러 줄어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10억4천만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도 0.09%포인트씩 상승, 내년 물가관리에도 어려움을 줄 전망
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연말 유가를 배럴당 25달러로 보면 국민경제 성장률
은 당초 전망치에 비해 0.25%포인트 하락하고 무역수지 흑자는 34억5천만달러
줄어든다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유가상승으로 무역수지가 당초 예상보다 23억2천만
달러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는 사정이 더 악화돼 평균유가가 22달러에 이르고 무역수지는
56억7천만달러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목표로 하는 내년 무역흑자 1백30억달러 달성은 불가능
해진다.

<> 에너지절약시설 적극 지원 = 정부는 아직까지는 정부비축유를 방출하거나
유가완충자금을 풀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현재 정부가 약 5천6백만배럴, 정유회사들이 약 6천8백만배럴 등 67일분의
석유를 비축하고 있다.

유가완충자금으로 약 3천5백억원을 확보하고 있다.

정부는 두바이유값이 배럴당 25달러이상에서 장기화되는 경우 이같은 대책들
을 검토할 예정이다.

그러나 석유공사의 보고를 토대로 석유 수급상황을 점검한 뒤 현 단계에서
석유를 추가로 비축하거나 유가완충자금을 추가 확보할 필요성이 있는지
논의한다.

정부는 우선 에너지절약에 대한 시설투자를 앞당겨 실시토록 하는 등
에너지절약정책을 강도높게 밀고 나갈 방침이다.

2002년까지 4조2천억원 가량의 자금을 집중 지원, 에너지절약 시설투자를
적극 독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에너지소비를 많이 하는 대규모 사업장에는 "자발적 협약"에 가입토록 해
스스로 에너지절약시설로 바꾸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같은 시설투자에는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전문가팀을 파견해 무료로
컨설팅해줄 계획이다.

에너지절약 시설을 설치해 준뒤 점진적으로 설치비를 회수해가는 ESCO 업체
(에너지절약 전문업체)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주로 공장과 대형건물에 치중하던 ESCO 사업이 아파트등 일반가정까지
확대되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ESCO 지원자금도 올해 6백50억원에서 1천억원 정도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효율기기를 생산하는 업체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고 에너지효율 등급표시도
강화할 계획이다.

에너지기술개발자금지원도 올해 4백10억원에서 2002년 2천억원까지 늘릴
방침이다.

산자부는 이와함께 고유가로 외환사정이 호전된 산유국들에 대해 플랜트
등의 수출도 강화할 계획이다.

< 김성택 기자 idnt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