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수 승용차인 기아 프라이드가 오는 12월 퇴역한다.

만 13년만이다.

프라이드는 1986년 12월생.

81년 자동차산업 합리화 조치인 2.28 조치 이후 승용차를 생산하지 못했던
기아자동차가 5년만에 다시 승용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탄생시킨 옥동자다.

기아자동차의 성장기와 쇠퇴기, 그리고 현대에 인수되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본 기아의 역사이기도 하다.

프라이드는 그동안 내수시장에 71만대가 팔려 나갔다.

수출을 포함하면 생산량은 모두 1백45만대.

거의 모델 변경 없이 13년간 생산된 차종도 드물지만 차종 하나로 1백50만대
가까이 생산된 차종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물론 국내에서는 최다 판매 차종이다.

프라이드는 생산된지 13년이 지난 올해까지도 매달 1천대 이상 꾸준히 팔려
나가는 스테디 셀러로 자리잡아 왔다.

이 차의 생산시점은 86년말이었지만 개발은 82년부터 시작됐다.

기아가 승용차 생산을 하지 못하게 된지 불과 1년 뒤다.

이 차는 기아와 마쓰다 포드가 참여해 생산과 기술 판매를 서로 분담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3국간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미국 등 일부 해외지역에는 포드 브랜드를 달고 페스티바라는 이름으로
팔려 나갔다.

프라이드가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싼 값에 실용성이 높고
무엇보다 잔 고장이 없다는 것.

독일 폴크스바겐의 비틀 만큼이나 실질적인 국민차 역할을 해냈다는게
소비자들의 평가다.

기아는 이 차의 생산을 12월부터 중단하지만 부품을 해외로 내보내 이란
중국 등지에서의 현지생산은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아직도 후발개도국 시장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더 이상 국내에서는 프라이드 새 차를 볼 수 없게 됐다.

굿바이 프라이드.

< 김정호 기자 jh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