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다시 1000포인트선을 넘어섰다.

"IMF의 겨울"문턱에 섰던 2년전을 생각하면 감회가 새롭기만 하다.

주가가 경제의 결과이자 선행지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외환위기는 이미 오래전에 고비를 넘겼지만 그동안 계속 불안요인이 없지
않았던 금융시장도 이제 안정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같고, 상장기업들의
수익성도 상당히 개선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주가가 오른다고 보면 정말
경축해야할 일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다른 시각이 결코 없지만은 않은 것도 분명하다.

코스닥 상장종목의 경우 매출액이 자본금의 10~20%선에 그치고있는데도
터무니없이 오르는 것들도 없지않고, 전반적으로 주가에 거품이 많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기본적으로 가치판단이나 평가는 주관적일 수 밖에 없고, 관점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특정기업의 자산을 평가하는데도 이른바 청산가치로 보느냐 아니면 존속
가치나 미래가치에 주안점을 두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게 마련인데, 전체
국민경제운용에 대한 "채점"이 주관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전국의 1천가구를 대상으로 IMF체제 2년 평가 설문조사를
하면서 "1백점을 완전 극복이라고 했을 때 얼마나 극복했는가"를 묻자 45.1점
이라는 응답이 나왔다고 한다.

이를 그동안의 경제운용이 낙제점이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잘못이다.

아직도 완전극복을 위해 해결해야할 일이 더 많다는 뜻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

이 시점에서 IMF 2년의 경제운용을 나에게 평가하라고 한다면 아무리 싸게
매기더라도 B마이너스정도는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채점이 지금 우리경제에 별 문제가 없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다.

살아있는 날이 항상 문제와 문제의 잇다름이듯이 경제도 그런 측면이 있는
데다, IMF 2년의 "처방"중에는 그것이 불가피했을 지 몰라도 후유증이 엄청난
것들이 적지않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 경제가 안고있는 가장 큰 문제는 정부부문이 너무 커졌다는
것이다.

은행이 거의 전부 국유화되다시피 됐고 여기에 겹쳐 대규모 부실기업들이
하나같이 채권은행단산하로 넘겨진 것을 직시해야한다.

관치금융이 IMF를 부른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은행 소유권 그
자체가 정부로 넘겨진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빚어질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그러나 이를 시정할 길은 요원하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대해 지나치게 공공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또다른 차원에서 문제다.

IMF이후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강조되고있는 것은 충분히 그만한 이유가
있지만, 2001년부터는 이사의 과반수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우도록 법제화
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친 감이 있다.

사외이사가 과반수이상이 된 뒤에도 그들이 지금처럼 "월급받는 거수기"
역할만 한다면, 그것은 불필요하게 이시수반 늘려 비용만 더들게 하는
것이지만 그나마 다행일지 모른다.

회사와 특별한 이해관계도 없고 전업이 아니기 때문에 업부에 대해 깊이
알지도 못하는 사외이사들이 "과반수의 비중"을 활용, 사사건건 결정을
하려고든다면 정발 심각한 양상이 빚어질 것이다.

고수익 고위업사업은 기피하게될 것이고 의사결정은 늦어질 것이며 보안상의
문제가 빚어질 우려도 커질 것이다.

기업가정신(Entreprenevr-Ship)이 퇴색하고 경쟁력은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과연 근거없다고 일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재무제표가 종전보다 약간은 실뢰성을 더할 수 있을 것이고 소액주주이익도
보호될 수 있을 것은 분명하지만 국민경제적 차원에서 보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한다.

금융기관의 경우 주총소집권등 막강한 권한을 갖는 전무급 상입감사를
사외이상중심의 사외이사로 대체하는 것이 사내감사제도를 활성화 한다는
취지에 맞는 것인지도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아직도 IMF 이전상태로 돌아가지 못한 고용사정을 하루빨리 회복시키는
것이 선결과제라면 기업과 기업인을 뛰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IMF가 기업들의 방만한 투자때문에 빚어진 측면도 결코 간과할 일이
아니지만, 어쨌든 경제성패는 궁극적으로 기업에 달렸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2년동안 어느정도 급한 불을 껐다고 보면 이제는 정부역할도 지난 2년과
달라져야 한다.

시장으로 념겨야할 것을 하루빨리 넘기는 정부의 결단이 IMF 2주년을 앞둔
오늘의 현안과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