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빈 < 한양대 교수 / 경영학 >

"11월 대란설"의 진원지로 지목돼 오던 투신권에도 구조개혁 바람이 불고
있다.

종금 은행 증권 등에 대해서는 이미 합병 및 퇴출 등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이 이뤄졌다.

하지만 투신권은 무풍지대로 남아 있었다.

구조조정으로 자본시장의 파장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투신권도 때늦은 감은 있지만 구조조정의 와중에 놓이게 됐다.

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금융시장 안정 종합대책" 가운데 투신관련 부문은
대략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투신권을 정상화하기 위해 한국투신 및 대한투신에 공적자금 3조원을 투입
하고 투신산업 경쟁력강화를 위해 고수익펀드 판매개시 및 고수익등급 채권에
대해 자산담보부 채권의 발행을 허용한 것이다.

즉 시장의 신뢰를 이미 상실해 대량환매의 가능성이 농후한 한국투신 및
대한투신에 공적자금을 넣어 불확실성을 줄인다.

더 나아가 고수익펀드의 도입으로 채권시장의 금리를 안정시켜 주식 및
채권가격 하락을 막는 것이 정부종합대책의 목적이다.

이러한 대책은 다음과 같은 세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첫째, 기존 공사채에 대한 대체상품의 성격을 지니는 고수익펀드의 도입은
채권형 펀드의 평가방법이 장부가 방식에서 싯가평가 방식으로 이행됨을
뜻한다.

지금까지는 지난해 11월15일 이전에 설정된 기존 펀드에 대해서는 장부가
방식을 적용하고 그 이후의 펀드에 대해서는 싯가평가 방식을 적용했다.

싯가평가 방식의 적용을 받는 펀드 비율이 낮아 여러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장부가 방식의 적용을 받는 기존의 펀드가 새로 발행되는 고수익펀드
등으로 대체되면 IMF와 합의한 싯가평가시점인 내년 7월1일 이전에 적어도
70~80%이상 싯가평가로 전환될 것이다.

나머지 20~30%는 추가설정 금지로 인해 내년말 만기가 되면 자동 소멸될
것이 예상된다.

장부가 방식을 전제로 기존 펀드에 가입한 사람들에게 굳이 당장 싯가평가를
실시해 손실을 전가시키는 것은 정부정책의 일관성이나 신뢰성면에서도
비합리적이므로 싯가평가방식을 전 펀드에 확대해 적용시키지 않는 이번
조치는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고수익펀드의 환매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제한되므로 고수익펀드에
싯가평가가 완전히 적용됐다고 볼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싯가평가의 목적은 환매시 싯가로 평가해 환매함으로써 펀드운영의
투명성을 제고시키는데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이번 조치는 투신의 투명성 증대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그동안 블랙박스 취급을 받아오던 투신에 대한 부실규모, 즉 대우채권 및
비대우채권의 손실규모 등이 발표됐다.

따라서 적어도 신탁계정은 완전히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고 앞으로 모든
펀드는 공인회계사의 외부감사를 받고 6개월마다 운용보고서를 수익자에게
통지하도록 강제할 예정이므로 투신의 투명성을 제고시킬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주식가격 하락을 막아보겠다던
무모한 10년전의 12.12조치로 멍들기 시작한 투신은 이제 공적자금 투입이라
는 비상조치로 재생의 길을 걸을수 있게 됐다.

투신사의 부실은 기존의 누적된 부실로 대우사태가 아니더라도 이미 발생한
부실이므로 공적자금 투입은 불가피한 조치다.

이번 공적자금 투입으로 양 투신사 고유계정의 부실을 완전히 해결한 것은
아니나 아직 남아있는 부실은 투신사의 경상이익으로 충분히 보충할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측의 설명이다.

실적배당상품을 판매하는 투신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은 나쁜 선례를 남길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채권형 투신상품은 평가방법이 장부가 방식이므로 확정금리
를 지불하는 예금과 별로 다르지 않고 투신사들도 이러한 점을 투자자들에게
강조했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실적배당상품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런 시각에서 투신사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은 나쁜 선례라고만 지적할 수
없을 것이다.

공적자금 투입이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투자신탁회사로 대변되는
계약형 투신과 흔히 뮤추얼펀드로 불리는 회사형 투신간의 균형있는 발전이
요구된다.

계약형 투신과 회사형 투신간에는 상호 장단점이 있겠지만 계약형 투신은
회사형 투신에 비해 정부의 간여를 배제하기 힘든 단점이 있다.

한국의 금융산업이 부진한 이유 중 하나가 관치금융이라면 정부의 부당한
간여를 제도적으로 물리칠 수 있는 회사형 투신에 우리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회사형 투신 중 환매가 허용되는 개방형 투신의 조기허용 등
회사형 투신의 제도정비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 leesb@email.hanyang.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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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뉴욕대 경영학박사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