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가스공사의 도입.도매부문을 2년내에 3개사로 분리하고 이중 2개사는
2002년말까지 매각하는 내용을 골자로 민영화 계획을 확정했다고 한다.

공청회까지 거쳤다니 충분한 의견조율이 있었다고 보겠지만 장기계약을 통해
가스를 수입, 배분하는 것을 주사업으로 하는 가스공사를 이처럼 여러개
회사로 분할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민영화 방안인지는 의문이다.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근본적인 취지는 고질이 되다시피한 국영기업의
비효율을 개선함으로써 공공 서비스의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높이자는 데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가스공사를 이처럼 개편했을 때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과연 어떤
혜택이 돌아올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는데서 문제도 적지 않아 보인다.

가스공사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지아 등 5개국과 7건의 장기계약(20년)을
맺고 연간 1천2백만t 가량의 액화천연가스(LNG)를 들여다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것을 영업의 기본골격으로 하고 있는 회사다.

장기간에 걸쳐 도입(수입) 조건이 확정된 장기계약들을 중간에 3개로 분할해
민간에 넘긴다고 해서 그동안에 없던 효율성과 경쟁력이 생길지부터가 우선
의문이다.

더우기 모든 LNG 도입계약은 수입업자가 물량인수 여부에 관계없이 무조건
대금을 지불하는 의무매입 조항(take or pay)을 두고 있어 해외의 공급업자가
계약을 승계하는 우리 민간업자에게 새로이 불리한 조건을 강요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또 도입주체가 여럿으로 쪼개짐으로써 지금까지의 가격협상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점도 우려할 대목이다.

경제여건에 따라 LNG 시장이 셀러즈 마켓(seller''s market)으로 바뀐다면
더욱 치명적이라고 할 것이다.

국내 도매 부문의 경쟁력과 효율성도 의문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기존 회사를 3개로 분할할 경우 공장 등 대량 소비처는 가격인하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반 국민들에겐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아보인다.

가스공사의 설비는 전국적으로 약 2천km에 이르는 주배관망과 160만kl의
저장시설을 갖춘 인수기지 등으로 자연독점적 요소가 존재하고 지속적인
투자도 필요하다.

정부는 시설부문 공동이용제를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수요가 적어 상업성이 떨어지는 지역에까지 민간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의문이다.

설비운영(지역 배관망)과 판매기능을 분리해 판매업자를 경쟁시키겠다는
계획도 현실성이 궁금하고 안전관리 문제도 그렇게 간단치는 않을 것이다.

힘들여 마련한 가스공사 개편안이 값싸고 안전한 가스를 쓸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