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제정하려는 특별법의 내용이 당초 구상과는 상당히
달라지게 됐다는 얘기다.

기획예산처와 조세연구원이 만들었던 당초안에는 <>국가비상사태 <>심각한
경기침체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가 아니면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할
수 없도록 돼있었으나 부처간 협의와 당정협의를 거치면서 요건이 크게
완화됐다고 한다.

정부안만 해도 추경편성 요건을 <>대규모재해발생 <>심각한 대내외여건변화
<>실업상황의 악화로 국한했으나 당정협의과정에서 "서민생활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가 또 추가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추경예산 편성을 제한하려는 조항이 정부가 만들려는 특별법의 핵심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하면 "달라지고 추가된 표현"은 되새길 필요가 있다.

당초 정부에서 재정건전화를 위한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나섰을 때 우리는
"중요한 것은 의지"라고 지적했었는데 갈수록 추경편성 요건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은 바로 그런 관점에서 실망감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당정협의를 거친 문안이라면 추경편성에 대한 제한은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해도 크게 지나치지 않다.

재정적자를 줄이려면 길은 달리 없다.

우선 당초 예산을 짤 때 증가율을 낮추고 세계잉여금이 발생하더라도 추경을
편성하지 않고 이를 국채상환에 사용하는 한편 선심성 세금감면조치를
취하지 않는 방법뿐이다.

특별법은 바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예외조항이 너무
많아 공허한 선언문꼴이 될 공산이 적지 않다.

우리는 당정협의과정에서 추경편성요건을 완화한 것이 내년 선거를 의식한
당리당략적인 결정이라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추경편성에 연연하는듯한 안이한 자세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예산상 재정적자가 GDP(국내총생산)의 5%고 올해말에는 정부(지방자치
단체 포함)빚이 1백12조원으로 GDP의 23%에 달한다는 점을 되새기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말 특단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구조조정에 추가로 투입돼야할 공적자금 등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만약 정부와 정치권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특별법은 엄격한 의미에서 꼭
제정해야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가 이 법제정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며 기대를 가졌던데는
그 나름대로 까닭이 있었다.

이 법 제정이 정치권에 재정에 대한 인식전환을 요구하는 계기가 될것으로
본 때문이다.

바로 그래서 당정협의과정의 추경요건완화는 더욱 실망스럽고 또 재정적자에
대한 걱정을 더하게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