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 본사독점전재 ]

미국경제는 지금 세가지 불균형 상태에 놓여있다.

이 3대 불균형은 과열된 증시, 민간부문의 저축감소 및 늘어나는 빚이다.

이 세가지는 모두 최근들어 사상 최대(최악) 수준에 와 있다.

이 세가지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주가급등으로 미국가정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소비하고 있고 기업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 결과 민간부분의 부채는 급증하고 있다.

민간부문의 순저축을 살펴보면 증시가 미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다.

가계와 기업의 가처분소득(DI)에서 소비와 투자등 지출부분을 빼면 순저축이
된다.

옛날 방식으로 평가했을 때 미국의 순저축률은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마이너스 5.5%로 사상최저 수준이다.

올해 도입된 새로운 경기지표 산정방식으로 계산하면 순저축률이 마이너스
4%가 된다.

이는 기업과 개인들이 GDP의 5.5%(혹은 4%)에 상당하는 돈을 빚지고 있다는
뜻이다.

또 소비가 소득보다 5.5%(4%)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 40년간 순저축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이같은 저축률 급락으로 미국의 경상수지적자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지난 80년대 후반 영국과 스웨덴 일본에서 자산가치(주택 및 주식)에 거품
(버블)이 잔뜩 끼었을 때 순저축이 급감했다.

이들 국가의 경제는 90년대 초에 부동산과 각종 금융상품(주식 채권)값이
폭락하면서 버블이 꺼지자 큰 타격을 받았다.

영국의 경우 지난 89년부터 94년 사이에 경제거품이 터지자 GDP 대비
순저축률은 마이너스 6%선에서 플러스 6%로 치솟았다.

그리고 그 결과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었다.

대다수 경기예측가들은 미국 경제성장세가 향후 수년에 걸쳐 서서히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불균형도 점차 해소될 것이다.

그러나 이 전망은 단순한 "희망사항"으로 끝날 수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경기호황세가 과연 언제 막을 내릴지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그렇지만 이같은 금융부문의 불균형이 심화되면 될수록 미국경제의 앞날은
더 악화될 것이다.

미국경제의 성장세는 멀지않아 곧 끝날 것으로 보인다.

가계와 기업등 민간부문의 적자(빚)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영국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인 와인 고들리와 빌 마틴은 최근 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향후 민간 저축률 추이를 3가지 시나리오로 상정,
미국경제의 앞날을 전망했다.

첫째는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듯이 저축률이 지금과 같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저축률이 향후 5년간 꾸준히 상승, GDP 대비 1% 선까지 회복되는
것이다.

세번째는 저축률이 급격히 올라가 오는 2004년에 GDP대비 4%가 되는 것이다.

이 3가지 시나리오중 세번째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미국경제는 가장 급격한
경기경착륙(하드 랜딩)을 겪게 될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5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현재 3%대에서 0.3%로 급락하고 실업률은
지금의 4%대에서 11%선으로 크게 올라가는 상황이 전개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 시나리오대로 저축률이 과거 평균치 정도로 올라갈 경우에도
경제가 침체할 것으로 평가됐다.

이때 앞으로 5년동안 연간 경제성장률은 0.4%가 된다.

첫번째 시나리오인 저축률이 현재와 같은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에는 미국
경제가 연평균 1.8%씩 성장할 것이라는 게 이 두 경제학자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첫번째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가장 작다.

민간부문의 부채가 더욱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현재 소득의 1.5배에 달하는 부채가 오는 2004년에는 소득의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거 다른 나라들의 사례에 비춰볼 때 경제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 저축률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통화 및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의 경착륙을 막을 수 있을까.

마틴과 고들리는 우선 금리인하 정책으로는 이를 예방하기 어렵다고 지적
한다.

설령 금리인하를 통해 저축률이 높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해도 이는
일시적일 뿐이다.

또 재정정책면에서는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민간부문의 소비감소를
메울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정치체제에서는 세금을 감면하거나 공공지출을 신속하게
확대하기가 쉽지 않다.

이같은 분석이 옳다면 미국이 할수 있는 일이란 겨우 경기둔화기간을 좀 더
늘릴수 있는 것 뿐이다.

과거 다른 나라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빚으로 충당되는 민간부문의
저축부족사태(마이너스 저축)가 국가경제에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않으면서
지속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저축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미국경제가 연착륙(소프트
랜딩:갑작스런 물가불안 및 실업사태의 악화 없이 경제성장세가 서서히 둔화
되는 것)에 성공한다면 그것은 "기적"일 것이다.

[[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11월6일자 ]]

< 정리=김재창 기자 char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