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이 구조개편의 급류에 휘말리고 있다.

쌍용자동차 기아자동차가 인수된데 이어 삼성자동차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그동안 독자생존 가능성이 모색돼 왔던 대우자동차에 대해서는 기업개선
작업과 함께 GM과의 지리한 매각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빅딜에 실패한 삼성자동차에 대해서는 청산과 매각방안을 두고 논란이 있어
왔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산업인 자동차산업의 구조개편 방향에 대한 토론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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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산업은 어떻게 재편되고 있나.

<>송병준 실장 =두가지 방향이 나타나고 있다.

대형화와 전문화다.

종전에는 10대 자동차 회사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6개사만 생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소형회사는 상용차 스포츠카 등에 특화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대형 메이커 등과의 제휴로 활로를 찾고 있다.

<>주우진 교수 =국내 빅3 메이커가 모두 세계 20대 업체에 들어간다.

그러나 톱 10에 포함되는 회사는 없다.

규모의 경제가 미흡하다.

또 국내업체들이 생산한 자동차는 내구성이 취약하다.

환경친화적인 자동차를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향후 전망은 어떻게 보나

<>송 실장 =국내 업체들은 연간 4백1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고 있는데 올해는
2백55만대 정도 생산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출은 5%를 조금 넘는 수준에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아와 중국등지에서 대량의 자동차 수요가 예상된다.

내수의 경우 올해는 1백10만대를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2001년이 되면
96년~97년 수준의 내수를 회복할 것이다.

수입선다변화 해제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일본 자동차가 크게 밀려들어올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GM이 국내에 들어와 생산하게 되면 달라질 것이다.

<>주 교수 =내수가 성숙단계에 진입했다고 보지 않는다.

국민 4명당 한대꼴로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두명당 1대꼴로 수요가 늘 수 있다.

미국은 1.5명당 1대다.

내수성장 잠재력이 풍부하다.

연간 2백30만대정도의 수요가 생길 수도 있다.

정부는 이점을 인식하고 자동차산업 정책을 펴야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기아 쌍용 대우 등 자동차회사가 잇달아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인가.

<>주 교수 =단숨에 세계적 회사가 되겠다고 욕심을 낸게 잘못이다.

그러다보니 내수시장이 성숙하기 이전에 과잉생산을 하게됐다.

몇몇 회사들은 특화를 지향했는데 유럽의 몇개 자동화회사를 제외하곤
특화에서 살아남지 못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경영상 오판이었던 셈이다.

미국에선 1천5백만대 시장인데도 3사가 경쟁하는 체제다.

한국의 경우 IMF체제 이전에 1백50만대 시장인데 5개사가 있었다.

난립이 심했다.

<>송 실장 =공감한다.

의사결정 시스템이나 경영전략 측면에서 탄력적이지 못했던 것도 한 요인
이다.

장치산업에서 전망에 오차는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신속히 시정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국내에선 노동시장이나 최고경영자들이 너무 경직적이었다.

-법정관리중인 삼성자동차는 청산하느냐 매각하느냐를 두고 논란을 빚고
있는데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송 실장 =매각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공장을 멈춘 상태에서 파는게 유리한지 따져봐야 한다.

청산은 마지막 단계에서나 생각해야 한다.

닛산도 구조조정 차원에서 5개 공장을 줄여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삼성자동차를 인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매각과 관련, 정부가 너무 개입하면 제값을 못받는다.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도 없어야 한다.

<>주 교수 =삼성자동차를 청산해선 안된다.

생산을 재개하고 유통망을 살리는 등 정상화한 후 매각을 추진해야 유리하다

삼성이 자동차산업에 진입한 것은 잘못됐지만 삼성차의 품질은 괜찮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안되는게 문제다.

-일부에서는 삼성차가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는 역빅딜을 주장하고 있는데.

<>주 교수 =국내에서 대우차를 인수할 수 있는 곳은 정부밖에 없다.

삼성의 대우차 역빅딜은 어려워 보인다.

우선 계열사 출자가 막혀있고 채무보증이 안되기 때문에 돈을 끌어들일
방법이 없다.

삼성의 경영능력도 일천하다.

따라서 대우차를 인수하게 되면 상당한 시행착오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나치게 GM에 유리한 방향으로 대우차를 실사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브랜드등 무형자산을 너무 소홀히 평가했다.

자동차는 경기순환이 심한 산업인데 지금은 저점이다.

정부가 대우차를 정상화시켜 해외매각하는게 국민부담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송 실장 =된다 안된다는 판단에 앞서 역빅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너지효과가 날지도 의문이다.

삼성이 수익성을 따진 후 역빅딜하겠다고 판단하면 거기에 대해선 어떻게
할 수 없지 않겠는가.

-현대가 기아를 인수하고 대우가 어려움을 겪게됨에 따라 현대의 시장지배력
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없나.

<>송 실장 =과거에는 1사체제가 문제였다.

소비자 후생이라든가 기술개발 노력등의 측면에서 그랬다.

그러나 이제는 이 점이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수입차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생겼다.

대우가 GM으로 넘어가면 현대는 기술개발등에서 위기를 느낄 것이다.

<>주 교수 =GM이 대우차를 인수한 후 공격적으로 나오면 현대의 시장점유율
이 더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애국심을 생각하면 현대의 독점체제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들의 태도에 따라 현대와 GM은 유효한 경쟁관계가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

-삼성자동차 대우자동차 매각과 관련 국내기업의 참여를 제한함으로써
협상력을 떨어뜨려 국익확보에 차질이 우려되는데.

<>송 실장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 교수 =한 회사를 상대로 한 협상에 너무 매달리는 것은 문제다.

매각이 안되면 공기업화한 후 정상화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제값을 받는다.

협상이 결렬됐을 때 대안을 갖고 있어야 협상력이 올라간다.

-삼성차 대우차가 해외에 팔릴 경우 우리나라 부품업계가 많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송 실장 =르노는 닛산을 인수한후 부품업체를 대대적으로 정리했다.

GM이 대우차를 인수했을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신차 개발시 미국에서 부품을 갖고 들어올지 모른다.

대부분의 대우 협력업체들은 쓰러질 위험이 있다.

다만 경쟁력있는 일부 부품업체들에겐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GM본사에 납품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주 교수 =포드는 현대와 70년대초 제휴했다.

도요타와 닛산도 6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를 생산했다.

그러나 나중에 이들은 모두 철수했다.

투자의 영속성이 없었던 것이다.

자동차 회사가 전부 외국인에게 넘어간 영국에서는 요즘들어 이를 다시
평가하는 분위기다.

외국에 모두 넘긴 것이 실패가 아니냐는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어떻게 재편될 것으로 보나.

<>송 실장 =가능하다면 국내기업에 의한 2사 체제가 바람직하다.

자동차산업의 성장 가능성 측면에서나 부품산업 차원에서 그렇다.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엔 GM의 국내진출을 수용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주 교수 =하이테크 산업이 성장하고 있지만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
에서도 자동차산업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바로 고용효과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자동차산업이 노동력의 7%를 고용하고 있다.

독과점을 방지하고 기업경쟁력을 살리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

< 정리= 이성태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