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산업계에 "M&A(기업인수합병)새치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미 성사된 합병건에 제 3자가 끼어들어 당초 계약을 파기시키고 새로운
합병계약을 맺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M&A새치기는 경쟁업체의 견제수단으로 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증시활황으로 관련 기업들의 자금여력이 커지면서 새치기가 통신과
금융 제약 패션업계 등 업종구분없이 성행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최근 "비아그라"로 유명한 화이자가 새치기 M&A 행렬에
참가했다.

미국 2위의 제약업체인 화이자는 4일 동종업체인 워너램버트를 인수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바로 몇시간전에 경쟁업체인 아메리칸홈프로덕츠(AHP)가 워너램버트와 합병,
"아메리칸워너"라는 세계 최대 제약회사를 만들기로 한 것을 무산시키기
위해서였다.

화이자가 워너램버트에 제시한 인수금액은 8백24억달러.

AHP의 7백20억달러보다 1백억달러나 많다.

워너램버트는 일단 거절의사를 표명했으나 월가 관계자들은 <>화이자의
인수조건이 좋고 <>양사가 97년부터 공동마케팅 프로그램을 수행, 합병과정에
비교적 무리가 적다는 점을 들어 화이자의 새치기 M&A가 성공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워너램버트가 화이자와 합병하게 되면 연간 매출이 2백80억달러로 늘어나
AHP와의 합병때보다 규모가 커진다는 점도 이같은 전망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워너램버트는 당초 계약을 파기하면 위약금으로 20억달러만 물면 돼 이
위약금을 물어도 80억달러가 남는다.

월가에서는 화이자가 엄청난 비용이 드는 M&A새치기에 나선 데 놀라면서도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실제로 제약업체들은 막대한 신약개발과 마케팅비용에도 불구하고 순익을
늘려야 하는 부담을 안고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길밖에 없다.

따라서 피인수업체를 놓고 인수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매입가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통신업계의 사정도 마찬가지로 MCI월드컴과 스프린트의 합병건이 대표적
예다.

장거리통신업체인 MCI월드컴은 당초 6백70억 달러에 스프린트를 인수,
이동통신사업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간에 벨사우스(지역통신업체)가 같은 이유로 스프린트 인수전에
나서면서 인수금액이 1천2백90억달러로 치솟았다.

이탈리아 통신업체인 올리베티가 도이체텔레콤과 텔레콤이탈리아(TI)에 대한
인수전을 벌이다가 6백25억달러라는 거액을 지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새치기 M&A가 성공하면 시장지배력은 커지겠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인수금액은 주주들 부담으로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MCI월드컴은 벨사우스와 스프린트 인수전을 벌이는 동안 모두
7건의 소송에 걸려 들었다.

막대한 소송비용은 모두 회사비용으로 처리됐고 그결과 주주배당금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이와함께 경제전문 인터넷 미디어인 CNNfn은 "장기전략과 세심한 절차상의
기술이 필요한 기업 M&A가 시간에 쫓겨 결정되면서 잘못된 M&A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박수진 기자 parksj@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