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에는 비난도 글로벌하게 뒤따른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환경보호 동물애호 등 압력단체들의 기업비난이 가열
되고 있다.

압력단체들은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네티즌을 동원, 주로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 "비윤리적 행위를 자행한다"며 공격하고 있다.

기업들은 압력단체들의 비난을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햄버거로 유명한 미국의 맥도널드는 최근 동물보호단체인 페타(Peta.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는 사람들)로부터 혹독한 곤욕을 치렀다.

페타는 언뜻 보기만 해도 잔혹하다는 느낌이 드는 파격적인 광고를 기획
했다.

돼지머리가 갈고리에 꿰어 피를 흘리고 있는 도살장 모습이었다.

광고문구는 바로 맥도널드를 겨냥했다.

"당신은 이런 고기를 먹어야겠습니다. 잔인한 맥도널드"

페타로부터 광고게재를 요청받은 대다수 언론매체에서는 "지나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그러나 페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인터넷을 통해 지지자들을 대규모로 모집해 길거리에서 피켓시위를 강행
했다.

압력단체의 공격을 받은 곳은 맥도널드만이 아니다.

세계적 생활용품업체인 프록터&갬블(P&G)은 한동안 사탄회사라는 헛소문에
시달렸다.

자연보호단체로부터 흘러나온 듯한 "P&G의 로고는 사탄의 심벌"이란 루머에
홍역을 치렀다.

단순히 글로벌기업이기 때문에 외국에서 공격받는 사례도 많다.

코카콜라는 최근 유럽에서 "오염된 물을 사용하며 반독점법을 위반한다"는
맹비난을 들었다.

생명공학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몬산토도 유럽시장에서
"유전자변형식품의 주범"으로 지목당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게 무조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회사가 작았을 때 사람들은 빌 게이츠 회장의 "기업가정신"에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초일류기업이 된 후 MS는 "독점법 위반기업"의 대명사로 몰리고
있다.

세계 초일류기업들이 압력단체의 표적이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래야만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 수 있고 언론에서도 취급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압력단체들의 비난이 시작됐을 때 이에 대응하는 방법이다.

물론 "정답"이라고 할 만한 매뉴얼은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난하는 곳이 "폼만 잡는 단체"인지 "여론을 좌우할
단체"인지를 먼저 구분하라고 조언한다.

맥도널드의 경우 별로 대응하지 않아도 될 단체를 법원에 고소하는 실수를
범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게 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소송에선 이겼지만 맥도널드에 그것은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상대가 "여론을 좌우할 단체"인 경우엔 대항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게
좋다.

세계적인 광고기획사인 에델만의 타리 히비트 사장은 "정면대응을 해도 득
볼게 하나도 없다.

냉정한 자세로 기업 자신의 논리를 펼쳐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녀는 압력단체들이 인터넷을 통해 주장(비난)을 전파한다면 기업도
인터넷을 통해 기업의 메시지를 적극 전달하라고 말한다.

인터넷 보급이후 기업의 명성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비난이나 악의적인
소문은 대개 인터넷에서 시작되는 특징을 보인다.

히비트 사장은 "인터넷안에서 비난이나 소문이 떠다니는 단계는 사람들이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소근거리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그러나 그것이 일단 길거리로 퍼져 나오게 되면 봉쇄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기업 스스로 인터넷 대화방에 들어가 적극적으로 논쟁에 참여
하라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P&G는 자신들의 로고가 "사탄의 심벌"이란 소문이 떠다녔을 때 이같은
방식으로 접근했다.

회사는 이 문제를 대처할 특별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소문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종교문제에 권위있는 기관들의 검증을 받아 자신들의 로고가 사탄과 무관
하다는 사실을 전파한 것이다.

압력단체들이 이미 여론을 등에 업고 있다면 대화로 유도하는 것이 원칙
이다.

이 과정에서 일반인들이 갖기 쉬운 "대기업은 거만하다"는 인식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 주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기업의 거만함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작업은 기업이미지를 바로
잡는데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유럽인들중에는 미국의 글로벌기업들이 거만하다는 생각을 갖는
경우가 있다.

특히 자국기업을 도태시켰거나 문화에 반하는 경영스타일을 보였을 때
이같은 인식은 외부로 노출된다.

이런 경우에는 오로지 대화를 통해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 주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 박재림 기자 tr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