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이 세상을 지배한다"

IMF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지난 한햇동안 약 5조6천억달러어치의
무역거래가 이뤄졌다.

하루 자본거래액은 무려 1조9천7백억달러다.

이런 계산이라면 사흘간 자본거래액이 1년간 무역거래액을 넘게 된다.

이 정도면 과거 실물경제를 지원만 하던 금융이 오히려 실물경제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말이 설득력을 가질 만하다.

초국적 펀드들은 전세계 각국에 영향을 미치면서 때로는 외환위기를
일으키기도 한다.

금융이 강하지 못한 나라는 항상 이런 위험에 노출돼 있다.

따라서 금융은 21세기를 주도할 새로운 성장엔진인 동시에 생존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산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신금융(전자금융)이란 =21세기 금융산업의 핵심은 무엇일까.

새로운 밀레니엄의 가장 큰 화두는 "디지털".

모든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금융도 예외가 아니다.

금융은 더이상 인적자원을 기반으로 한 산업이 아니다.

인터넷 전자통신과 같은 최첨단 기술과 결합, 전혀 다른 모습을 갖추게
됐다.

기존 금융에 정보기술(IT)을 적용해 업무의 전자화와 자동화를 실현시킨
디지털 금융공학, 즉 전자금융(신금융)이 자리를 잡을 것이다.

<> 전자금융의 모습 =요즘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금융거래의 한 유형을
살펴보자.

중소도시에 사는 중년의 A부인은 만기가 된 보험금의 일부를 미국에 유학중
인 아들에게 송금하고 나머지는 간접투신상품에 가입하려 한다.

그는 먼저 지하철을 타고 보험사에 가서 돈을 찾는다.

그런 다음 은행에 가서 해외송금을 한다.

다시 버스를 타고 증권사나 투신사에 가서 뮤추얼펀드에 가입했다.

이 일을 모두 마치려면 최소 3개 금융기관의 창구를 다녀야 한다.

기다리는 시간까지 치면 반나절 이상 걸린다.

다가올 전자금융 시대엔 집에서 단 10분만에 끝낼 수 있다.

물론 일부 은행은 증권사나 보험사와 제휴,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금융은 직접 점포에 찾아가지 않고 집이나 직장에서 이런 모든
업무를 할 수 있게 해준다.

시간뿐만 아니라 공간적인 측면에서도 한 단계 진일보한 개념이다.

<> 한국의 전자금융 =국내 전자금융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한국은 IMF 관리체제를 몰고 온 금융부실과 외환위기 등의 문제가 시급했기
때문에 새 천년을 대비한 전자금융 인프라 확충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물론 90년대 들어 전자화폐 등에 대한 준비와 연구가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IC카드를 주민등록증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그 대표적인 예다.

주민등록증에다 의료보험증 운전면허증 인감 등의 기능을 모두 가진 전자
주민등록카드 제도를 시행하려 했지만 아직 지연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전자상거래 정보보호 등 전자금융의 핵심요소인 IC카드 산업을
키우기 위해 지난 1월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전자카드 전담반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전자카드 활용방안"을 만들어 본격적인 전자금융 시대를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방안은 <>IC카드 통합활용 환경조성 <>IC카드 신규시장 창출 및 평가
<>국제 표준활동 적극 참여 <>국내외 특허 조사 및 분석 <>차세대 IC카드
기술개발 등을 총망라하고 있다.

은행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개별 금융기관들도 프로젝트팀을 구성, 21세기
전자금융시대에 대비하고 있으며 일부 기관은 이미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 성장엔진으로 발전시키려면 =전자금융을 국가 경쟁력의 원천, 즉 성장
엔진으로 만드는 일은 개별 금융기관의 노력만으론 벅차다.

전자금융은 기술과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초기 투자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간 금융기관들은 무리한 개별 투자보다 공동투자 등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 전자금융의 기본 인프라를 먼저 조성하기 위한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요즘처럼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업종구분이 파괴되고 있는 상황에선
금융산업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신금융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자금융의 표준화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를 무시하면 전자금융은 반쪽 기능밖에 할 수 없게 된다.

아울러 금융범죄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으므로 보안기능을 강화하는 일도
빠뜨리지 않아야 한다.

전자금융은 편리한 만큼 암호노출 등으로 인한 범죄가 발생할 경우 피해
규모가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 서욱진 기자 ventur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