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 영국 총리 >

우리는 "영국이 유럽에서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정의를 세대가 바뀔 때마다
새롭게 내려야 한다.

영국의 유럽내 위상을 재정립할 때는 사실에 입각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사실보다는 감정을 앞세워 판단을 흐리게 하는 사람들
이 적지 않다.

그들은 유럽이 영국경제에 악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

또 영국이 유럽의 한 부분이 된다는 것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포기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유럽이 고집스럽게 개혁을 거부해온 것은 유럽시민들이 원해서라기 보다는
우쭐대는 관료들의 고집때문이었다고도 한다.

유럽의 일부가 되면 영국이 독립국가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된다고 강조
한다.

이들은 영국이 유로화를 도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들에는 허점이 많다.

영국의 총 일자리중 3백50만개는 영국이 유럽연합(EU)의 회원국이기 때문에
창출됐다.

영국 교역의 50%이상이 유럽 역내 국가들과 이뤄지고 있다.

영국기업들은 하루에 2천만개의 상품과 서비스를 유럽이라는 단일 시장에
팔고 있다.

영국이 해외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것은 영국이 유럽연합의 멤버라는 사실
덕분이다.

작년 한햇동안 영국이 유치한 해외투자로 5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졌다

이는 영국이 유럽연합에 속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유럽의 존재는 영국경제에 무척 중요하다.

그리고 그 중요성은 날로 더 커지고 있다.

유럽과의 관계를 끊는 것은 바로 영국 경제의 손발을 자르는 것과 같다.

영국은 유럽연합에 속해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도 더 밀접하고 미국에
대한 영향력도 보다 더 커지고 있다.

교역 투자 전쟁 평화 등에 대해 미국의 동맹국들과 논의할 때 이 동맹국들은
유럽에 대한 영향력도 있고 미국과 유럽에서 모두 존경받는 사람들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

영국인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영국의 대미 관계가 강해지면 유럽내 영국위상은 더욱 확고해진다.

또 양쪽 모두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유럽과 미국간 교량역할을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유럽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은 개혁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영국은 고용 창출을 가로막는 각종 장애물과 규제를 없애는 방향으로
고용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내년에 포르투갈에서 경제개혁을 의제로 한 유럽연합 정상회담이 열린다.

개혁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그러나 영국은 유럽의 일부로서 이 개혁을 추진할 것이다.

영국은 유럽의 안보나 범죄,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조치 등 필요한 부분에서
는 더욱 강력한 개혁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다.

유럽은 개혁을 할 수 있고 영국은 그 개혁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또 영국은 그 역할을 거뜬히 해낼 수 있다.

우리가 이처럼 해야하는 이유는 유럽의 이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영국의
이익을 위해서다.

유로화를 도입하는 등 유럽의 일부가 되는 것은 영국의 이익에 부합한다.

21세기의 영국은 국수주의적이고 편협한 마음을 가진 고립된 영국이 돼서는
안된다.

개방적인 자세로 외부세계와 교류하고 탐험하는, 그런 국가가 돼야 한다.

유럽단일 통화인 유로화가 앞으로 성공하고 또 유로화의 성공이 영국에
경제적으로 이득이 된다면 영국은 단일 통화에 참여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영국이 단일 통화에 참여하려면 경제적인 여건이 충족돼야
한다.

여건이 충족될 동안 우리는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야
한다.

어느쪽이 영국의 고용창출과 교역 투자 산업 등에 도움이 되는지 검증해
봐야 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고도 민감한 문제이다.

단일 통화에 참여하는 것이 명백하게 영국의 이익에 부합하는데도 그같은
기회를 저버린다면 이는 이해못할 행동이다.

전세계적으로 국가들은 서로서로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새로운 국가간 연합과 협력관계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동남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적인 경제적.기술적 변화의
바람은 국가들을 하나로 묶고 있다.

세계를 지배하는 몇몇 국가들간의 동맹이 만들어졌던 지난 한 세기동안
영국은 때때로 이들 동맹의 공동의 적이 되기도 했다.

우리가 유럽대륙과의 관계를 부정하는 것이야말로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나는 그런 방향으로 국가를 이끌지 않을 것이며 이끌어서도 안된다고 생각
한다.

영국의 운명이 유럽의 운명과 함께 한다는 것을 전에도 믿었고 지금도
강하게 믿고 있다.

< 정리=김선태 기자 orca@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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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가 최근 영국의회에서 발표한 "유럽속의
영국"(Britain in Europe)이라는 타이틀의 연설문을 정리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