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과 관련있는 시급한 안건이 산적해 있는 국회가 정쟁을 일삼고 있다는
비난이 봇물터지듯 한다.

의원들의 활동을 뒷바라지하고 있는 사무총장으로서는 듣기 민망하고
안타깝기 짝이 없다.

달포 남짓 남은 이번 국회일정을 고려할 때 현재 계류되어 있는 안건들을
상정해 보면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옷로비사건, 파업유도사건 등 의혹의 진부를 가리지 못한 채 특별검사라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짐을 넘겨버린 국회는 이제 또 언론대책과 괴문서
사건에 휘말리고 있다.

진실은 하나일 터인데 말의 홍수만 터져 나온 뒤 또 흐지부지되지는 않을까,
국회의 위신은 어느정도 지켜질지 걱정이 앞선다.

국정감사나 조사활동을 지켜보며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우리들의
증언문화다.

국회의원들의 자질을 논하기 전에 우리들의 증언문화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는 더욱 수사권이 없고 또 수사를 하는 곳도 아니다.

증인들이 진실하게 협조해 주지 않는다면 이런 감사나 조사가 벽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이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고 진실을 숨기려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이런 것을 너무 당연시 하다보니까 결국은 이근안같은 고문기술자가 나오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배심원들이 증언을 청취하여 유죄여부를 가리는 구미의 증언문화를 생각해
볼 일이다.

오랫동안 종교생활에 젖어 왔고 성서의 가르침이 생활화된 서양사람들에게는
성서의 위력이 우리 같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성서를 듣고 증언할 때 서양인들은 자신의 인격이 거기에 함몰되는
심정이라 한다.

물론 서양 사람들이 우리 동양인보다 거짓말을 덜 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가정에서 철저히 교육을
시키는 일본 엄마들을 본 뜰 필요가 있다.

일본은 세계 최고로 신용있는 나라가 되어 있다.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양심처럼 무서운 증언자도 없으며
두려운 고발자도 없다.

이제라도 교육을 통해 증언문화를 확립해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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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필진 오늘부터 바뀝니다.

11~12월 두달간의 집필은 박실(화) 국회사무총장, 남정우(수) 한솔개발사장,
전하진(목) 한글과 컴퓨터사장, 채수삼(금) 금강기획사장, 조우신(토) 울산대
서울중앙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맡게 됩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