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오산인터체인지를 거쳐 조암을 지나면 멀리 남양만이 보이는
곳에 두레마을이 나온다.

28년전 청계천에서 빈민사목을 펼치던 김진홍 목사가 판자촌 철거로 오갈데
없어진 사람들과 함께 일군 "목민목회"의 현장이다.

목민목회는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접목시킨 김 목사
의 철학이다.

2만여평 규모의 두레마을에는 현재 1백51명이 살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두레선교회, 두레연구원, 북한.중국 두레마을 추진본부,
두레시대, 두레유통 등 다양한 부문의 운동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김 목사는 이를 거점으로 서울 도쿄 블라디보스토크 로스엔젤레스를
연결하는 세계 농업공동체 건설을 목표로 "베세토바(BeSeToVa)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가난한 자의 목자"로 널리 알려진 김진홍 목사가 지나온 삶을 정리한
자전소설 "황무지가 장미꽃같이"(한길사, 전3권)를 펴냈다.

지난 82년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새벽을 깨우리로다"에 이어 나온 두번째
저서다.

김 목사는 "지금까지의 활동을 총정리하고 질적 비약을 시도중인 두레공동체
의 전망과 방향성을 담기 위해 이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책에서 김 목사는 자신의 집안 내력과 젊은 시절의 방황,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된 배경, 선교 활동에서 겪은 우여곡절 등을 솔직하게 털어넣았다.

1권 "내 영혼의 지진"에서는 홀어머니 슬하에서 보냈던 유년기, 좌충우돌하
며 방황했던 청년기, 영혼의 거듭남을 통해 청계천 빈민들 속으로 들어가
활빈교회를 세우기까지의 일들을 담담한 필치로 그렸다.

2권 "출서울기"에는 그의 삶에 획을 그었던 사건들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활빈 교회에서의 활동과 유신체제에 항거하다 옥살이를 하게 된 내력,
혹독한 감옥체험을 들려준다.

특히 75년 청계촌 판자촌이 철거되자 집 잃은 주민들을 이끌고 서울 탈출을
감행하는 장면은 찡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 일화는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김 목사의 꿈과 철학은 3권 "낮은 데로 깊은 데로"에 나타나 있다.

그는 일본의 무교회주의자 우치무라 간조의 신학이 청년기의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줬으며 빈민선교에 이론적인 준거가 됐던 것은 파울 프레이리의
"민중교육론"이라고 고백한다.

"낮은 데로"는 민중속에서 힘이 나온다는 공동체 지향의 슬로건을 뜻한다.

이에 비해 "깊은 데로"는 내면적인 각성과 성숙을 통해 자기실현을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한국교회가 왕성한 교세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치유와 구원에만 머물러
교인들만의 세계에 갇혀있다"며 "진실한 인간, 교회다운 교회, 겨레를
섬기는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 강동균 기자 kd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