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도쿄에서 열린 대우그룹 해외채권단 회의 결과는 매우 우려할 만하다.

대우에 대한 지불유예 조치를 거부하고 담보우선권을 요구하는 외에도 일부
에서는 정부의 지급 보증까지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2백여개 해외 채권은행 중 10여개 은행은 이미 자국 법정에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이고 채권액이 많은 일부 대형은행은 대우문제를 마치 우리나라의 국가
신뢰도와 직결된 사안인 것처럼 주장하면서 강압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도 한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었다는 약점을 이용해 국내은행, 나아가 한국 정부로
부터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얄팍한 전술이라고 봐야 하겠지만 여간 걱정스런
일이 아니다.

해외 채권단의 요구로 벌써 (주)대우등 4개사의 워크아웃이 2,3주 연기되면
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점은 매우 우려할 대목이다.

해외 채권단의 요구는 한마디로 한푼의 손해도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일부에서는 성업공사 등이 발행한 국채와 대우채권을
교환해달라는 제안도 내놨었다는 것이고 보면 그들의 요구는 국제 금융계의
상식과 관례를 크게 벗어나 있다고 하겠다.

물론 대우문제가 해외 채권단들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처리된다거나 자산
손실률 등이 국제금융계에서 추정해왔던 것과 큰 차이가 날 경우 한국 기업
들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신뢰가 흔들릴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정부와 기업이 "해외 신뢰도"라는 멍에를 쓴채
언제까지 국제금융계의 봉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지금이 "분명한 선을 그어야할 때"라고 하겠다.

해외 채권단의 무리한 요구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 채권단부터가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국내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담보 챙기기에 나서거나 기업살리기 보다는 채권
회수에 열을 올리는 방향으로 워크아웃 방안을 만들게 된다면 해외채권단도
경쟁적인 요구조건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 역시 보다 단호한 태도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사실 정부는 지난해 4월 외채조정 과정에서 이자를 3~4%씩 올려주는
부적절한 전례를 허용했기 때문에 해외 금융단 입장에서는 "한국은 밀면
밀린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에 또다시 그런 상황이 반복되어서는 안되겠다.

이런 점들을 감안한다면 대우에 대한 워크아웃 계획은 국내외 채권단이
완전히 동등하게 취급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가운데 금융단의 채권 확보
보다는 기업을 살리는데 최우선순위가 두어지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옳다고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