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때문에 세계 여러 공항을 다니다 보면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혹은
비행기를 기다리기 위해 공항의 안내방송을 유심히 듣게 된다.

대부분의 안내방송은 사람이 직접 그때그때마다 말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미리 녹음해 놓은 목소리를 조합해서 만든 멘트를 내보낸다.

그러나 각 나라의 공항들이 대부분 비슷한 내용의 방송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포공항과 나리타 공항의 안내방송 사이엔 큰 차이가 느껴진다.

나리타 공항의 경우 문장의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돼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계에 의한 조합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게 한다.

반면에 김포공항의 방송은 부분부분이 끊어져 조합됐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음높이의 차이가 심하다.

두 공항에서 각각 방송을 위해 쓰고 있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느껴지는 차이란, 결국 마지막 10%의 차이, 즉 마지막 완성을
위한 10%의 노력이 더 들어갔는지 아닌지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공항의 경우도 부분별로 시작하는 음과 끝나는 음 높이에 대해
조금만 더 신경을 써서 조합을 하면 공항이용객들에게 휠씬 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방송을 내보낼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우리나라 국제공항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문제가 단순히 안내방송에만
국한된다면 다행일 것이다.

그러나 가전제품 자동차 등 우리나라 수출 주력상품에도 이런 점이 똑같이
적용된다면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대형 사고가 일어나야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는 건설현장의
안전불감증까지도 궁극적으로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자세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었다.

마지막 10%의 마무리에 의해서 품질의 차이가 나게 되고 이러한 품질의
차이가 제품의 경쟁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되면 그 전에 기울였던 모든 정성과 노력들은 허무한 결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제품의 가치나 경쟁력은 50%, 어쩌면
100% 이상 향상된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성실과 근면으로 상징되는 우리의 국민성을 고려해 본다면 현재의 상황에서
마지막 10%에 정성을 다한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21세기를 맞이하는 길목에서 이제는 진정한 "유종의 미"가 무엇인지
보여줘야 할 때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