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Blockbuster)란 원래 돌 벽을 가루로 날려버리는 강력 폭탄을
뜻한다.

지금은 "대히트 영화"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이는 또 영화비디오 대여 체인점인 블록버스터(주)를 지칭하기도 한다.

미국내 브랜드인지도 1백%의 회사다.

지난 85년 출범한 블록버스터는 10여년만에 포춘지 선정 1백12대 기업이
됐다.

매출액이 사업 첫해 1억원 안팎에서 올해 5조원을 넘을 전망이어서 14년만
에 5만배로 성장했다.

연평균 성장률이 1백12%로 계산된다.

매년 곱절 이상으로 커진 것이다.

이윤은 매출액 대비 2.5% 안팎으로 박하지만 현금흐름이 워낙 좋아 회사
가치가 94년 7조원을 상회했다.

대중문화계의 거인으로서 미국내 4천여개, 해외에 2천5백여개 등 모두
6천5백여개의 점포를 거느리고 있다.

미국 영화를 연간 2조원어치씩 사는 할리우드의 최대 고객이다.

이같은 블록버스터의 성공은 가히 하늘이 도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업계 전문가들은 월등한 고객서비스를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또 규모의 경제를 꼽는다.

하지만 비디오 대여업은 비디오 대여업일 뿐이다.

아무리 서비스가 세련됐다지만 사업의 본질까지 뒤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단순 서비스의 한계를 어찌할 수는 없다.

규모의 경제도 별로 없다.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아무리 큰 고객이라도 값을 깎아주지도, 배타적
특권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블록버스터는 96년3월~97년4월 빌 필즈 사장 시절 규모의 경제와
구색의 경제를 추구하다가 풍을 맞았다.

월마트 임원 출신답게 그는 비디오 구매와 배분을 한곳에 집중하고 점포내
구색을 티셔츠 장난감 잡지 음반 등으로 다양화했다.

그러나 그의 획일적 경영속에 전체 직원의 3분의 2가 직장을 떠났고 회사
가치는 1년만에 4분의 1로 폭락했다.

대량 집중구매로 영화를 싸게 산다는 것도 오판이었다.

영화계에선 유통기관이 별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티셔츠 등의 이문은 비디오대여보다 더 형편없었다.

블록버스터의 성공에는 경영 외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

특히 80년대 초부터 10년여간 지속됐던 미국의 불황과 비디오플레이어의
범용화가 주된 요인이었다.

80년대의 불황은 서민가구의 여가활동을 TV 영화시청으로 제한했다.

설립 초기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다가 경기가 상승세를 타자 갑자기 성장세
가 꺾인 것도 이로써 해석된다.

이 회사가 미국회사라는 것도 성공요인이다.

세계에서 제일 윤택한 영화산업 토양에서 태어났다.

블록버스터는 내년께 빌 필즈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새로운 충격파가 몰려오고 있다.

인터넷 혁명이다.

영화비디오 대여시장은 몇년 전부터 절대 규모가 조금씩 줄고 있다.

이에 블록버스터는 경쟁사 시장을 빼앗는 한편 개도국에 진출함으로써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오너인 섬너 레드스톤 회장도 손을 떼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기업공개를 하며 보유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연내에 모두 판다는 계획이다.

수명주기를 다한 업종으로부터 발을 빼고 현금화하는 정석을 따르고 있다.

블록버스터 임직원들도 해외진출이란 정석으로 응수하고 있다.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대히트를 쳤던 이 회사도 역시 블록버스터처럼 순식간
에 잊혀지고 말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 전문위원 shindw@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