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위기 이후 한국에도 금융 부티크라는 신종 직종이 주목을 모으고 있다.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안고 있는 부실 채권을 액면가보다 크게 낮은 가격
으로 국내외 원매자들에게 매각하게끔 알선해 주는 비즈니스다.

성업공사는 이 분야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다.

윌버 로스 회장은 부실 채권만이 아니라 부도난 기업 자체를 송두리째
부티크 해서 회생시키는 일을 해내는 고도의 금융 전문가다.

부도 위기를 당했던 세계 각국의 주요 기업들 가운데 로스 회장의 손을
빌리지 않은 경우가 오히려 드물 정도다.

인터뷰를 통해 그가 전한 메시지는 명확했다.

부도난 기업이 회생을 위한 부티크를 하는데는 별다른 왕도가 없으며,
최대한의 구조 조정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페더럴 익스프레스를 위시해 그가 소방수 역을 맡았던 부도 직전의 미국
기업들은 모두 이런 정공법을 통해 회생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는 개별 기업 뿐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게
로스 회장의 설명이다.

그가 한국 경제를 일본에 비해 훨씬 높이 평가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근본적인 리스트럭처링을 회피한채 정부의 재정 투입에 의해 경기를 부양
하는 식의 일본식 해법은 사상누각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가 말한 것처럼 21세기를 한국의 세기로 만들 수 있을 만큼
한국이 모범적인 경제 구조 조정을 하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얼마전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했던 강봉균
재경부 장관에게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부 장관은 "당신의 어깨에 세계
경제가 달려 있다"고 농반진반의 격려를 했다는 전언이 생각난다.

대우 사태의 수습 등은 이미 한국 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적 관심사라는
얘기다.

어느새 한국 경제는 세계적 비중이 그만큼 올라서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