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00년부터 시작될 새로운 무역협상(뉴라운드)의 출범을 알리는
세계무역기구(WTO) 3차 각료회담의 선언문 초안을 둘러싸고 1백34개 WTO
회원국들의 이해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오는 11월30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릴 각료회의를 앞두고 선언문의 내용을
조율하기 위해 24개 주요 회원국의 통상장관들이 25~26일 스위스 로잔에서
비공식 회의를 가졌으나 합의에 크나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초안에는 우리가 꺼리는 농산물의 개방문제는 강조된 반면 우리가
적극 개선할 것을 주장해온 반덤핑 분야는 빠져있었다.

정부의 노력으로 우리의 주장이 일부 추가로 반영되기도 했지만 시민단체
들은 "농산물의 추가 개방은 절대 반대"라는 강경한 입장을 정하고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혹시라도 또다시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상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뉴라운드는 앞으로 국제사회의 교역질서를 규율하는 새로운 규범을 정하는
협상으로, 내년부터 3년동안 진행된다.

UR의 후속편인 셈이다.

UR협상에서 국가전략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고 그 후유증으로 쓸데없이
국력을 소모한 우리는 그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대세에 떠밀려 강대국의 논리에 무력하게 휩쓸려도 안 되지만 국제사회에서
통하지도 않는 논리로 국내시장을 지키는 데에만 급급해서도 안 된다.

그러려면 관계부처들이 긴밀하게 협조해 국익차원에서 꼭 관철할 의제와
양보할 분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등 주도면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협상의 결과가 국내산업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최대화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보완대책도 미리 세워야 한다.

그래야 협상의 충격으로 허둥지둥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UR직후 농어촌 구조개선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 무려 42조원이나 쏟아부은
결과가 무엇인가.

당시 계획대로 쌀이나 축산업의 생산비가 절반 이하로 낮아졌는가.

그 막대한 혈세가 어디에 어떻게 쓰여졌는가.

정부는 물론 모든 국민이 냉정하게 따져볼 일이다.

특히 농산물의 경우 점진적으로 문호를 개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분명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다자간 무역체계 속에서 우리는 큰 혜택을 누려왔고, 뉴라운드로 세계시장의
개방폭이 넓어질 경우 잃는 것도 적지 않지만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는 얻는
것이 더 많다는 점도 확실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대내외적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 뉴라운드 대책을 세운 다음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방 대도시를 순회하는 설명회도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