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어려운 국면에 빠져있다.

대우그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막바지 진통이 진행되는 가운데 수급불균형
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유상증자, 만기가 가까워진 수익증권 환매가능성 등에 따른 공급예정물량이
잠재적인 주식매수세를 억누르고 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확실한 모멘텀만 포착되면 수급불균형 정도는
해소될 수 있다고 보는 이도 적지 않다.

실제 지난 5~6월 쏟아지는 유상증자 물량을 소화한 이후 주가는 1,000선까지
돌파한 경험이 있다.

<> 주식공급 = 무엇보다 부담이 되는 짐은 11,12월 유상증자물량이다.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 이하로 맞추기 위한 대기업들의 유상증자가 봇물
을 이룰 전망이다.

증권업계가 추정하는 물량은 최소 5조원 이상이다.

확정된 것만 11월에 3조4천억원, 12월에는 1조6천억원이다.

게다가 환매수수료 없이 11월부터 언제든지 환매할 수 있는 수익증권이
1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흥증권의 이필호 조사역은 "올해 3월까지 설정된 수익증권 12조원, 4월에
설정된 6조원을 합하면 18조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우채권의 원금 80%가 보장되는 11월10일 이후 환매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대우채권 원금 95%가 보장되는 내년 2월께는 대부분 환매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환매된 자금은 저금리로 마땅히 갈곳이 없어 그냥 수익증권에 머무를 수도
있다.

환매되더라도 증시로 환류될 수 있다.

그러나 만기 환매시에는 보유주식을 팔아야 하므로 수급을 일시적으로 악화
시킬 수 있다.

<> 주식수요 = 주식을 살만한 곳은 채권형에서 전환된 주식형 수익증권,
신규뮤추얼펀드, 고객예탁금 등이다.

우선 대우채권이 편입된 공사채형 수익증권중 주식형 수익증권으로 전환된
9조원이 매수타이밍을 노리고 있다.

LG증권의 김정환 조사역은 "전환된 주식형 수익증권의 현금비율이 10% 이내
이기 때문에 대우문제가 해결되면 최소 1조원정도는 주식을 살 수 있을 것"
으로 전망했다.

다음달부터 자산운용사들이 1조5천억원 정도의 뮤추얼펀드를 설정할 예정이
어서 주식매수가 기대된다.

고객예탁금도 8조5천억원에 달한다.

외국인까지 가세, 꾸준히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25일 현재까지 7천1백1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적어도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물론 미국주가 불안, 모건스탠리(MSCI)지수 내에서의 한국비중 축소,
Y2K문제, 연말 담배인삼공사 해외DR발행 등으로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줄어들 소지도 있다.

<> 전망 =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투자심리가 회복되느냐가 관건"이라며
"대우문제가 해결될 경우엔 잠재수요가 폭발하며 주가상승세를 부추길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들은 "투신사는 오는 11월10일 예상되는 대우채권 관련 수익증권 환매
자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운신폭이 좁다"며 "하지만 예상외로 환매규모가
크지 않을 경우 오히려 투신사의 심리가 안정돼 주식매수를 자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누리증권의 오연석 국내외 영업본부장은 "대우그룹 실사결과 손실률이
30%가 되든 50%가 되든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여부가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 김홍열 기자 come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