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호 < LG상사 대표이사 shlee@lgi.lg.co.kr >

지난주 신문을 통해 한국이 올해 국제 무역거래에서 뇌물을 제공한 상위
19개국에 들어갔다는 내용을 보았다.

무역에 종사하는 당사자 입장에서 그 발표를 접하고 가슴이 아프면서
한편으로는 낯이 화끈거렸다.

우리 속담에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다"고 했고 기독교에도
"남에게 대접받고자 바라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구절을 황금률로
숭상하고 있다.

잘해받기 위해 잘해주는 것은 인지상정일 뿐 아니라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온정의 원리이기도 하다.

선물은 이 온정의 원리가 물질로 표현된 것이다.

아끼는 마음을 담은 조그만 선물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고
좋은 인간관계를 발전시켜 주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선물의 정신이 조금만 빗나가면 뇌물이 돼 인간관계를 타락시키고
사회를 부패시키는 독소노릇을 한다.

이 차이는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편법과 사익의 추구여부가 선물과 뇌물의 경계선이 아닐까.

개인간에 오가는 정을 담는 것이 선물인 반면 뇌물은 여러 사람을
대표하거나 대신해서 행동하는 사람이 특정인을 위해 자신의 대표권을 굴절
행사하는 대가로 받는 것이다.

국제무대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이 뇌물거래를 한다는 것은 스스로
신뢰를 깎아먹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욕심이 큰 사람은 반드시 청렴하다는 말이 있다.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통해 강조한 교훈이다.

다산은 사람이 청렴하지 못한 것은 지혜가 짧기 때문이라면서 청렴해야 큰
일을 도모하고 큰 거래를 한다고 말했다.

1백80년 전부터 우리 선조들이 귀감으로 삼아온 훈계다.

현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

작년 우리가 OECD의 뇌물방지국제협약에 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올해
무역거래에서 뇌물을 제공한 상위 19개국안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은 우리가
약속에 대해 불성실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진정코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우호국으로 대접받고자 한다면 깨끗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