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국제자문단 창립총회가 23일 3일간의 공식
일정을 마치고 폐막됐다.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국제 자문단회의에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국무장관,
리콴유(이광요) 전 싱가포르 총리 등 해외 저명 인사 11명이 참석, 세계화
시대에 한국 기업이 나갈 방향 등을 논의했다고 전경련은 밝혔다.

국제자문단 의장을 맡은 키신저 전 장관은 이날 가진 폐막기자회견에서
"한국은 그동안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좀더 경쟁력있는 경제체제를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국제 자문단 인사들은 부채비율 2백% 등 한국의 재벌 개혁정책이 자칫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23일 열린 국제자문단 비공개 회의에서 엘덴 클러젠 전 세계은행 총재는
"한국의 재벌개혁정책의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부채비율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방안도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벌 개혁과 관련해 주문이 너무 많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경영개선을 많이 이룬 기업에는 기한을 신축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오노 루딩 시티뱅크 부회장도 "한국 기업들이 국제적인 수준으로 부채비율
을 낮출 필요가 있지만 업종별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감자를 키우는 사람과 컴퓨터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빚규모가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획일적인 규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퍼시 바네빅 ABB 비상근 이사회 회장은 "기업의 부채비율 축소는 경영개선
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일괄적 적용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네빅 회장은 정부의 개혁방안을 이해하지만 너무 지나치거나 일방적인
재벌개혁정책 옳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리콴유 전 싱가포르 수상은 "재벌을 해체하고 개별적인 유닛으로
나눈다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한국이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바꿀
수 있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만이 21세기 생존전략이 될 것"이라고 강조
했다.

리 전 총리는 "기업가 정신을 가진 경영자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토 미쓰오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는 "미국 중심의 가치를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믿고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물론 이번 행사 기간동안 개혁을 좀더 가속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오노 루딩 시티뱅크 부회장은 "기업들이 구조조정 과정에 더욱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 문제에 관해 가능한 빠른 시간내 이해 당사자간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충고했다.

키신저 전 미국무장관도 "한국 기업이 더 투명해져야 세계화 시대에 경쟁력
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도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구조
조정을 적극 추진해야 하고 기업들은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 참석한 현재현 동양 회장은 "한국 기업은 매출 등
기업규모 중심에서 벗어나 수익 및 현금흐름 위주로 경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이 주최한 국제자문단 회의에 참석한 해외 거물들은 이번 회의가
21세기를 앞둔 시점에서 세계 경제질서를 토의하고 한국 경제의 미래를
점검하는 뜻깊은 장이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 이익원 기자 ikl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