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영상 미학의 만남을 추구해온 KBS2 "TV문학관"(일 오후 10시10분)이
또 한편의 수작을 시청자들에게 선보인다.

24일 방송되는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박남준 극본,김충길 연출).

소설가 이순원씨의 작품 "해파리에 관한 명상"을 드라마로 옮겼다.

주인공 세일(김규철 분)은 한쪽 팔 다리가 불편한 신체장애자다.

서른이나 됐지만 정신연령이 낮아 동네 아이들로부터 "해파리"란 별명을
들으며 놀림감이 되기 일쑤다.

친척들도 순박한 그를 이용하려고만 한다.

이런 그를 감싸주는 당숙(김진해 분)은 세일에게 자립심과 인간의 존엄성을
가르치는 "구원의 인물"이다.

세일은 당숙의 도움으로 소몰이꾼으로 나선다.

그는 험준한 대관령 산길을 소와 함께 넘으며 하나의 독립된 인간으로
거듭난다.

예쁜 아내까지 얻어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세일은 그러나 당숙의 죽음으로
전환점을 맞는다.

아내마저 그를 만나기전 두고 왔던 친자식과 함께 그의 곁을 떠난다.

어느덧 흰머리가 늘어난 세일은 당숙의 가르침을 그제서야 깨달으며 외롭게
눈을 감는다.

김규철의 열연이 대관령 진부 횡계 등 강원도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빛을
발한다.

21일 열린 시사회에서 원작자 이씨는 "모든 삶이 하나의 소우주로서 존엄성
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면서 "드라마가 소설의 서정성을 잘
살렸다"고 흡족해했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