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에 대한 연구는 세계적인 석학들의 공통된 주제였다.

철학자에서부터 경영학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학자들이 국가경쟁력의 원천에
대해 논의해 왔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신뢰"(Trust)라는 저서를 통해
"새로운 글로벌 경제 시대에는 사회 구성원간 "높은 신뢰"를 구축한 사회만이
유연한 대기업 조직을 일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뢰"를 국가경쟁력의 주요 요소로 파악한 것이다.

후쿠야마의 분석에 따르면 어느 사회이건 신뢰가 가장 견고하게 유지되는
기본단위는 "가족"이다.

대다수 기업이 가족기업 형태로 시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신뢰관계가 가족이나 혈연내로 제한돼 있는 사회에서는 전문경영체제
가 쉽게 정착될 수 없고 가족기업이 대기업으로 발전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때문에 소규모 가족기업이 경제활동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후쿠야마는 가족 이기주의를 초월한 신뢰감이 사회로 확장돼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기업경영에 있어 소유경영자와 경영대리인과의 신뢰를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대리인 비용"의 최소화를 자본주의 발달의 핵심요소로 본 것이다.

후쿠야마는 소유경영에서 전문경영체제로의 전환이 얼마나 쉽게 이뤄지는지
에 따라 저신뢰사회와 고신뢰사회를 구분하고 있다.


<>저신뢰사회 =중국이 대표적인 국가다.

중국의 경우 가족내에서의 결속력은 비친족간의 유대에 비해 매우 강하다.

기업들은 가족에 의해 소유되고 경영되며 2세 경영을 통해 재산을 자신의
가족에게 상속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에 따라 중국은 전문경영체제로로 변화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역시 중국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저신뢰사회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가족" 중심의 조직형태다.

경영과 소유의 분리가 미흡하고 중앙집권적인 경영체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대기업내에서조차 가족주의적인 요소가 강하다.

사회의 중심계층과 근로자 학생 지역주민 등의 신뢰도 약하다.

특히 경영층과 근로자 사이에 신뢰관계가 구축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한국이 앞으로 경제성장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불가피하다.


<>고신뢰사회 =신뢰가 높은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이다.

유교문화권에 속해 있으면서도 활발한 비혈연 입양, 장자상속제, 효보다
충을 강조하는 전통 등 중국이나 한국과는 구별되는 가족문화를 가지고 있다.

비혈연 조직체도 매우 활성화돼 있다.

일본은 사회구성원들이 외부의 강제적인 규칙이나 이기심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높은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은 전문경영체제의 정착, 평생고용제 등과 같은 독특한
경제체제를 이룰 수 있었다.

자발적 결사체를 촉진시킬 수 있는 종교적 문화적 기반을 갖추고 있는
독일도 신뢰가 높은 사회에 속한다.

미국은 일본과 독일에 비해선 신뢰관계가 약하지만 비교적 고신뢰사회에
가깝다.

< 강동균 기자 kd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3일자 ).